보수당 재정책임자, 기자들에 기부금 요구했다가 들켜 사임
부자 정당 이미지 굳혀 곤혹…당사자 “허세 좀 부렸다”
부자 정당 이미지 굳혀 곤혹…당사자 “허세 좀 부렸다”
영국 총리를 알현하려면 25만파운드(약 4억5천만원)가 필요하다?
영국 보수당의 재정책임자가 함정 취재에 나선 기자들에게 영국 총리를 만나는 대가로 거액의 기부금을 요구했다가 동영상이 폭로되자 24일 사임했다. 보수당은 재정책임자의 개인적 실수라고 변명했지만 부자들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강화돼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보수당 재정책임자 피터 크러더스의 기부금 요구 장면은 <선데이타임스>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혔다. 크러더스는 유럽의 소국 리히텐슈타인에 사업 기반을 둔 외국인 펀드 운용자들로 위장한 기자 2명에게 “25만파운드면 (총리를 만날 수 있는) 프리미어 리그에 들어갈 수 있다”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과의 만찬에 당신들을 초대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를 만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고, 만찬장에서는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며 “궁금한 모든 것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액 기부에 대한 특별한 대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고 크러더스는 자랑한다. “불만을 우리한테 얘기하면 총리실 정책위원회에 전달하고 그에 대한 답도 전달해주겠다”는 것이다.
보수당은 이런 약속은 허풍에 불과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한 보수당 관계자는 “크러더스는 지금의 직책을 맡은 지가 3주밖에 안된다”며 “그가 말한 것과 같은 경우는 있을 수 없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아무리 기부금을 많이 낸 사람도 그 대가로 정책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다는 게 보수당의 기본 입장이다. 크러더스는 사임 성명에서 “(동영상에 나오는 것은) 전혀 내가 제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자신이 허세를 부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함정 취재는 캐머런 총리의 보좌진 출신으로 로비스트로 일하는 사라 서던이 아이디어를 냈다는 점에서 전혀 존재하지 않는 관행이 폭로된 것은 아니라는 말도 나온다. 서던은 거액의 기부금을 내는 게 총리에게 접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조언하고 취재진과 함께 움직였다.
<선데이타임스>는 크러더스는 제안받은 기부금이 국내 자금이 아니라 리히텐슈타인에 있는 돈이어서 선거법상 기부받을 수 없는 자금이라는 점도 알았다고 보도했다. 이런 자금을 은밀히 받기 위해 영국에 자금 제공자 쪽의 자회사를 만들거나 영국인 피고용인을 이용하는 방법도 논의됐다고 한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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