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와 이메일 교류, 웹사이트 방문기록 등 통신자료 감시하는 법안 제출
2009년 야당 시절엔 노동당 정부의 유사법안 앞장서 반대해
2009년 야당 시절엔 노동당 정부의 유사법안 앞장서 반대해
영국 보수당 정부가 다음달 영국 내 모든 전화와 이메일 교류, 웹사이트 방문 기록 등 통신자료를 감시할 수 있도록 하는 ‘온라인 민간인 사찰’ 법안을 제출키로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중국·이란에서나 볼 수 있는 ‘감시 법안’이라며 강도높은 반대 투쟁을 예고하고 나섰다.
1일(현지시각) 영국 <비비시>(BBC) 방송을 보면, 영국 내무부는 감청기관인 정보통신본부(GCHQ)의 요구가 있을 경우 자국 내 모든 인터넷 기업들이 전화·이메일 교류 기록과 웹사이트 방문 기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법안을 “의회 회기에 맞춰 가능한 빨리” 입법화할 계획을 세웠다. 내무부에서는 “이메일과 전화, 메시지의 ‘내용’은 영장없이 열어볼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파장 축소에 나섰다.
그러나 이 법안에 따르면, 정보기관은 어떤 개인이나 그룹이 언제, 얼마나 자주, 얼마나 오랫동안 접촉했는지, 특정 웹사이트에 어떤 사람이 방문했는지를 마음대로 들여다 볼 수 있어 벌써부터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새 법안이 5월 9일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연설에서 발표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내무부 대변인은 “경찰과 정보당국이 심각한 범죄와 테러리즘을 조사하고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통신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필수”라며 “기술의 변화에 따라, 통신자료에 대한 (조사)능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라고 설명했다. 새 법안이 새로운 환경에서 범죄와 테러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2009년 당시 야당이었던 보수당은 노동당 정부의 유사법안을 앞장서 반대한 전력이 있다. 노동당이 감시대상 민간인의 모든 전화통화와 이메일, 인터넷 접속기록을 정부 운영 테이터베이스에 축적하는 이른바 ‘빅 브라더 입법’을 추진했지만, 보수당과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닥쳐 입법이 무산된 것이다. 보수당이 불과 몇년새 손바닥 뒤집듯 입장을 바꾸자 당 내부에서도 새 법안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보수당 하원의원인 데이비드 데이비스는 “새 법안은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국가의 염탐능력을 불필요하게 확장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의 반발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생활과 시민자유 보호단체 ‘빅브러더워치’의 책임자인 닉 픽클스는 “영국이 중국과 이란에서나 볼 수 있는 종류의 감시를 채택하는 전례 없는 조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온라인 사생활에 대한 명백한 침해인 반면, 공중의 안전을 실제로 향상시킬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잃는 것은 분명한데 얻는 것은 확실치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인권단체 ‘리버티’의 책임자 샤미 차크라바티는 “그전에 행해졌던 어떤 조처보다도 야심적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매우 극단적인 조처”라고 일갈했다.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 협회’는 “법률상의 어떤 변화도 사용자들의 사생활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며, 여기에 비례해야 한다”는 점잖은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선데이타임스>에 “비싸고, 거슬리고, 법적으로 실행되는 악몽”이 될 거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또 <가디언>도 이들의 ‘고객’인 인터넷 사용자들이 개인의 통신자료 축적을 참지 않을 거라는 점도 업계의 큰 우려라고 전했다.
보수당 안팎의 이런 반발로 법안이 시행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비비시>는 “여왕 연설에서 발표된다고는 하지만, 어떤 새로운 법률도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시민들과 상원의 반대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에 불리할 것” 67%
■ 미국 18주만에 터진 메가복권 당첨금이 무려…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그게 이종범이니까”
■ 내가 살찌는 것은 유전자 탓?
■ 참여정부 문건과 MB정권 문건 무엇이 다른가?
■ “민간인 불법사찰, 여당에 불리할 것” 67%
■ 미국 18주만에 터진 메가복권 당첨금이 무려…
■ 호랑이는 풀을 먹지 않는다 “그게 이종범이니까”
■ 내가 살찌는 것은 유전자 탓?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