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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스 17년만에 ‘좌파 대통령’ 보인다

등록 2012-04-18 19:22수정 2012-04-18 22:23

프 대선 3일 앞으로우파 시라크도 사회당 후보 지지…사르코지 패색 짙어져
경제학자 40여명도 올랑드 지지 선언
루아얄도 지원나서…내달 결선서 갈릴듯
프랑스 대선 1차 투표(22일)가 19일로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니콜라 사르코지(57) 대통령이 같은 당 출신 전임인 자크 시라크(80) 전 대통령한테서까지 버림받으면서 절망적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퇴임 이래 17년간 야당을 한 사회당이 엘리제궁 탈환이라는 비원을 이룰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있다.

프랑스 언론들은 18일 사르코지가 속한 대중운동연합을 이끌었던 시라크가 사회당의 프랑수아 올랑드(58)에게 표를 주겠다고 했다는 전언을 크게 보도했다. 이는 애초 일간 <파리지앵>이 시라크의 전기 작가 장뤼크 바레의 입을 빌려 보도한 내용이다. 바레는 텔레비전에 나와서도 시라크가 지난해 사회당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키며 “시라크는 농담을 한 게 아니었다”며 “그는 열흘 전에도 올랑드에게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시라크의 딸과 사위, 핵심 측근인 위그 랑송까지 모두 올랑드 편이라고 전했다. 시라크 일가 중 여당 후보 지지 입장을 밝힌 아내 베르나데트만 사르코지 편에 남은 셈이다. 시라크와 올랑드는 1980년대에 코레즈 지역에서 의회 진출을 다툰 인연이 있다.

퇴임하고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는 시라크 쪽한테 비수를 맞은 사르코지는 당황하는 빛을 보였다. 그는 <프랑스 엥테르>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환으로 바깥출입을 못하는 시라크의 이름을 팔고다니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사르코지는 “시라크를 가장 존중해주는 방식은 어려움에 빠진 그를 이용하지 않는 것”이라며, 시라크가 올랑드에게 표를 줄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것에 “다소 슬픔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르코지는 과거에도 시라크한테서 거만하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프랑스와 미국의 유명한 대학들에서 강의하는 프랑스 경제학자 42명이 올랑드 지지를 선언한 것도 사르코지에게는 막판 악재다. 이들은 지난 16일 일간 <르몽드>에 실은 서한에서 긴축정책이 성장을 방해하고 서민의 고통을 가중시킨다며 “프랑스를 변화시키고 단결시킬” 올랑드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18일 렌에서 진행된 유세에는 올랑드의 옛 동거인으로 2007년 대선에서 사르코지에게 패한 세골렌 루아얄이 나와 “올랑드는 좌파에서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라며 지지 연설을 했다. 전날 릴 유세에는 엘리오 디루포 벨기에 총리까지 참석해 올랑드에게 힘을 실어줬다.

다급한 사르코지는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매우 바쁘겠다. 어려운 싸움을 벌이는 것을 존경한다”며 자신을 응원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화상통화 동영상을 공개하며 외교적 관례를 깨기도 했다. 그는 올랑드가 진보를 말하면서도 호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캐비아 좌파”라며 인신공격도 하고 있다.

그의 좌충우돌 행보의 결정판은 유로존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입장 표변이다. 사르코지는 지난 15일 파리 콩코르드광장 유세에서 “중앙은행의 성장 지원 역할”에 대한 논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에 집중한다는 유럽중앙은행의 원칙은 독일 등과의 합의와도 같은 것인데, 사르코지가 경제 상황에 대한 비난을 희석하려고 중앙은행의 독립성까지 위협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런 상황인데도 선거가 단판으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사르코지는 지난 한달간 여론조사에서 올랑드에게 뒤지는 경우가 많았으나 차이는 1~2%포인트에 불과하다. 하지만 1차 투표 후보 10명 중 2명이 진출할 다음달 6일 결선에서는 올랑드에게 8~14%포인트 뒤질 것이라는 게 여론조사 결과다.

사르코지는 이제 1차 낙선자들의 표를 얼마나 가져올 수 있느냐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현직 대통령이 열세인데다 3·4위 후보가 도합 3분의 1에 육박하는 지지율을 보인다는 점에서 수십년 만에 가장 흥미로운 선거라는 평도 있다. 극우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4)과 극좌로 분류되는 장뤼크 멜랑숑(61)은 각각 15% 안팎의 지지율로 만만찮은 저력을 보인다. 둘은 이념적으로 극단에 위치하지만 유럽 통합에 부정적이라는 면에서 상통한다. 따라서 사르코지와 올랑드가 3·4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들이려고 ‘반유럽’적인 입장으로 선회할지도 관심사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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