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슬로 법원광장서 ‘무지개 아이들’ 부르며 시위
“다문화 찬양·세뇌 노래” 브레이비크 주장에 반발
“다문화 찬양·세뇌 노래” 브레이비크 주장에 반발
봄이라지만 추적추적 비까지 내려 쌀쌀한 북유럽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 우산을 받쳐든 사람들이 법원 앞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어른들 손을 잡고 나왔다. 26일 이 광장에서 4만여명이 함께 ‘무지개 아이들’을 불렀다. 마치 쇠로 된 심장이라도 단 듯한 법정 안 피고인을 향해 노래는 울려퍼졌다. “형제자매들 모두, 너와 나 우린 함께 살아가야 해. 무지개 아이들, 풍요로운 땅과 바닷가….”
지난해 7월 총기 난사와 폭탄 공격으로 77명의 목숨을 빼앗은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3)가 전혀 죄책감을 보이지 않는 법정 진술을 이어가자, 이에 자극받은 시민들이 법정 밖에서 노래로 그들의 절망과 슬픔을 표현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법원 앞 광장이 인터넷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시민들로 가득 찼다고 전했다. 테러에 꽃으로 답한다는 ‘장미 집회’를 벌여온 시민들은 법원 청사를 장미꽃으로 장식했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잇따랐다.
이들이 노르웨이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무지개 아이들’을 합창한 것은 브레이비크가 지난 20일 법정에서 이 노래를 “마르크스주의의 문화 영역 침투를 보여주는 아주 좋은 사례”라고 지칭한 게 발단이 됐다. 다인종 사회를 용납할 수 없어 일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브레이비크는 이 노래가 다인종 문화를 찬양하고 아이들을 세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무지개 아이들’은 반전 메시지를 담은 비슷한 제목의 미국 노래를 번안한 곡이다.
동요까지 모독하며 범행을 시종일관 정당화하는 브레이비크의 망언에 페이스북을 통해 ‘노래 시위’를 조직한 릴 옌네보그는 “브레이비크는 내가 자라면서 부르고 내 아이들한테 불러주는 노래까지 짓밟았다”고 말했다. 이 노래를 불러온 가수 릴레비에른 닐센도 집회에 나와 “사실 이 노래는 인종에 관한 게 아니라 환경 보호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비크는 법정에서 다른 극우주의자들처럼 팔을 뻗쳐 경례하거나 “다시 돌아가도 그때처럼 범행을 저지르겠다”며 큰소리를 치고 있다. “알카에다한테서 테러 전략을 배웠다”고도 했다. 노르웨이 시민들은 그가 법정을 극우 이념 선전장으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한다. 브레이비크는 이날 9번째 공판에서 피해자들 증언을 무심한 표정으로 들었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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