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 발견 2년만에 심리열려
살해방법·원인 등 오리무중
살해방법·원인 등 오리무중
2010년 8월 런던의 한 청년이 자신의 아파트 욕조에서 기괴하기 이를 데 없는 상태의 주검으로 발견됐다. 주검은 나체인 채로 빨간 스포츠가방에 들어가 있었고, 가방 지퍼에는 자물쇠가 잠겨 있었다. 그의 신원은 영국의 대외정보기구인 MI6의 분석요원으로 밝혀졌다. 2년 가까이 영국을 온통 떠들썩하게 만든 미스터리의 시작이었다.
숨진 개러스 윌리엄스의 검시 심리에서 검시관 피오나 윌콕스는 그가 살해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고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들이 2일 전했다. 하지만 누가, 왜, 어떻게 죽였는지는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의 죽음은 영국 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됐으나 비밀요원이라는 특수한 신분 때문에 지금까지 제대로 된 심리가 열리지 못했다. 최근에야 익명을 전제로 정보요원들이 증언을 하기로 결정해 심리가 열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그가 성도착자이며, 성적 만족을 얻기 위해 직접 가방 안에 들어갔고 잘못돼 질식해 죽었다고 주장한다. 그의 집에서 수천파운드어치의 여성의류와 화장품 등이 발견됐고, 컴퓨터에서 ‘본디지’(자신이나 남을 묶음으로써 성적 만족을 얻는 행위) 전문 사이트에 접속한 기록이 나왔다는 것이 그 증거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 가설은 누가 자물쇠를 채웠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그의 가족들은 그가 MI6에 살해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 암살요원이 그를 죽이고 사건 현장을 기괴하게 꾸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별다른 증거가 없다.
윌콕스 검시관은 두 가설을 절충한 의견을 내놓았다. 윌리엄스가 직접 가방에 들어간 것은 맞지만 그를 죽인 것은 제3자라는 것이다. 검시관은 요가 전문가를 불러 혼자서 가방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사망은 제3자의 손에 초래됐으며, 그가 가방 안에서 죽자 욕조 안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윌콕스는 “사인은 자연적인 것이 아니고, 사망 현장은 불법적으로 훼손됐다”며 “하지만 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그의 주검은 너무 부패해, 부검을 통해서도 사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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