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의 프랑스 어디로
‘무른 산딸기’ 비아냥 받다
대선과정서 극적인 변신
사르코지 공격 강단 보여
‘무른 산딸기’ 비아냥 받다
대선과정서 극적인 변신
사르코지 공격 강단 보여
프랑수아 올랑드의 아버지 조르주는 필리프 페텡 원수의 비시정부(친나치독일의 프랑스 임시정부)를 신뢰했고, 드골을 싫어했으며,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을 지지했던 사람이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친일파와 군사정권을 지지하다가, 보수단체 회원쯤으로 활동한 사람인 셈이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 니콜 트리베르는 사회복지사였으며, 정치적으로는 좌파에 가까웠다. 올랑드가 확실한 좌파적 시각을 갖췄으면서도 항상 ‘조화’와 ‘실용주의’를 입에 올리는 이유다. 그가 이끄는 프랑스는 과연 어떤 모습이 될까?
1995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의 퇴임 이후 17년 만에 좌파 대통령으로 당선된 올랑드는 오랫동안 ‘인기 정치인’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프랑스 최고 엘리트들만 다니는 국립행정학교를 나온 명석하기 이를 데 없는 학생이었고, 1974년 자원봉사자로 일하다가 미테랑의 눈에 들어 정치가로 변신한 뒤에도 성공을 거듭해 사회당 당수까지 지내는 등 훌륭한 이력을 가졌지만 개인적 매력이나 카리스마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에서는 당시 동거인이었던 세골렌 루아얄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고, 이번 대선에서도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이 성추문으로 낙마하지 않았다면 뒤에서 선거운동이나 도와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갑작스레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결국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까지 꺾었다.
그의 별명은 ‘므슈 노르말’, 즉 보통남자였다. 친숙하긴 하지만 국가지도자로 어울리는 사람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높았다. 이런 그의 약점은 사회당 대선후보 선정 과정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로랑 파비위스 전 총리는 그를 ‘산딸기’로 비유했다. 한마디로 물러 터졌다는 말이다. 이것 말고도 그에 대한 비방은 넘쳐났다. 양복이 참 잘 어울리므로 웨이터를 하면 제격이라거나, 치즈와 초콜릿을 좋아하니 매우 부드러울 것이라는 따위의 비아냥거리는 말이 계속됐다.
하지만 그는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변신했다. 1년간 15㎏이나 감량하며 후덕한 이미지를 고쳤고, 커다랗고 둥그런 안경도 세련된 모양으로 바꿨다. 하지만 외모보다 더 많이 바뀐 것은 그의 정치적 태도였다. 그는 부자증세와 긴축정책 완화 등 민감한 정책을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주장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난주 열렸던 텔레비전 토론회로, 그는 사르코지에게 공세를 늦추지 않으며 강단 있는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가 끝난 뒤 사르코지의 측근인 알랭 맹크는 “그는 우리가 알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우리가 그를 제대로 몰랐든지 그가 바뀌었든지 둘 중 하나”라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올랑드가 토끼가 아닌 거북이, 베짱이가 아닌 개미의 미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치켜세웠다.
51.62% 득표로 48.38%를 득표한 사르코지를 꺾은 그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새도 없이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데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는 당선 일성에서 밝힌 대로 현재의 긴축재정정책을 대체할 새로운 제안을 제시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영국 <가디언>은 지적했다. 10%에 이르는 실업률을 낮추고, 부자증세와 법인세 감면 축소를 추진하고, 동성결혼을 허용하며, 아프가니스탄 주둔군을 조기에 철수하는 것도 그가 약속한 것들이다. 원자력발전, 최저임금, 이민정책 등 사르코지 정부에서 급격히 ‘우향우’한 정책들도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 하지만 프랑스 부자들의 영국 탈출러시까지 불러일으켰던 1981년 미테랑 대통령의 당선 당시처럼 ‘급진적’ 정책을 펼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현재 프랑스 경제상황이 이를 허용하기 쉽지 않은데다, 올랑드는 중도좌파인 사회당 안에서도 ‘중도’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르몽드>는 올랑드 당선을 축하하러 엘리제궁 앞마당에 나온 한 시민의 말을 전했다. “올랑드가 당장 기적을 만들지는 못할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사르코지보다는 낫겠지.” 올랑드는 15일 취임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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