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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그리스 총선서 연정 붕괴…유로위기 재점화하나

등록 2012-05-07 19:41수정 2012-05-07 22:40

여권 득표율 3년새 45%p 추락
신민주당, 38년만의 1당 최저득표…연립정부 과반 안돼
“구제금융 철회” 급진정당 부상…추가 지원금 확보 비상
‘77%에서 32%로.’

6일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양대 정당인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얻은 득표율의 합계는 3년 전에 견줘 절반 이하로 추락했다.

그리스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중도우파인 신민주당이 제1당을 차지했으나 득표율은 18.9%에 그쳤다. 1974년 군사독재 종식 이후 열린 역대 선거에서 제1당이 얻은 가장 낮은 득표율이다. 3년 전 총선에서 제1당(44%)이었던 사회당은 13.2%로 치욕적인 패배를 맛보면서 제3당으로 밀려났다. 두 정당의 득표율은 32.1%지만 총 300석 가운데 제1당에 50석을 추가로 부여하는 선거제도 덕에 149석을 얻었다. 30년 가까이 번갈아 집권해온 두 당의 참패는 이른바 ‘트로이카’(유럽연합·유럽중앙은행·국제통화기금)가 지난 2년 동안 2차례에 걸쳐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대가로 그리스에 부과한 재정긴축에 대한 반발 때문으로 해석된다.

유권자들은 구제금융 철회를 구호로 내건 정당들에 표를 몰아줬다.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은 창당한 지 1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17% 가까이 얻어 제2당으로 급부상했다. 이 정당의 젊은 당수인 알렉시스 치프라스(37)는 “민주주의가 탄생한 그리스에서 지도자들이 국민들의 의사도 묻지 않고 구제금융 결정을 내렸다”며 구제금융 철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극우 민족주의 정당인 황금새벽당의 득표율은 0.3%에서 6.9%로 치솟아 사상 처음으로 의회 진출에 성공했다. 반이민 정책을 내세우는 이 정당의 당수 니콜라오스 미할롤리아코스(55)도 현 정부를 ‘반역자’라고 칭하며 구제금융 반대를 외쳐왔다. 사회당에서 급진좌파연합으로 지지정당을 바꾼 연금생활자 카테 사비두(65)는 <로이터> 통신에 “더이상 거지로 살 수 없다. 새로 판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주당과 사회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함에 따라 그리스 정국은 앞으로 연정 구성을 놓고 혼돈에 빠질 것으로 우려된다. 그리스 헌법은 연정 구성 권한을 제1당에 사흘간 부여하고 있으며, 실패할 경우 제2·3당으로 차례로 권한이 넘어간다. 여기에서도 실패하면 총선을 새로 치러야 한다.

연정 구성의 핵심은 구제금융에 대한 태도다. 현재 신민주당과 사회당은 구제금융 유지에 찬성하는 반면, 나머지 대부분의 정당은 반대하고 있다. 신민주당의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는 연정 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자 총선 패배 뒤 재협상을 시사하고 나섰다. 그는 “국가구제정부 구성을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며 “유로를 유지하면서 구제금융 조건을 수정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민주당이 어렵게 연정을 구성하더라도 매우 불안정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급진좌파연합과 독립그리스당·공산당·황금새벽당 등 주요 정당이 모두 구제금융 반대 입장이어서 연정에는 군소정당이 참여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그리스에는 모두 32개의 정당이 있다. 아테네 판테온대학 디미트리스 케리디스 교수(정치학)는 <가디언>에 “정당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를 보고 있다. 그리스의 자체 통치 능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다시 한번 유로존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당장 다음달 그리스 의회는 2013~2014년 구제금융 지원분을 얻기 위해 110억유로(약 16조3000억원)의 재정삭감안을 승인해야 한다. 크레디스위스의 발레리 플라뇰 리서치 책임자는 “시장이 현재 (좌파 대통령이 집권한) 프랑스보다 그리스를 더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박현 기자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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