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향해 직격탄…갈등 우려
“(긴축정책을 밀어붙여온) 각국 정부 지도자들 너머엔 프랑스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긴축을 끝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6일(현지시각) 프랑스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51.62%를 득표하며 17년 만의 좌파 대통령으로 확정된 직후 파리 바스티유 광장에 선 프랑수아 올랑드 당선자의 일성은 유럽과 세계를 향해 있었다. 독일에 이어 유럽 2위의 경제대국을 5년간 이끌게 될 새 대통령이 ‘긴축’ 중심의 유럽 신재정협약을 ‘확장’(팽창) 위주로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을 수만명의 지지자와 전세계 언론 앞에서 재확인한 것이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함께 ‘메르코지’로 불리며 긴축정책을 주도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2009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11번째로 ‘심판’을 받은 유럽연합 지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그리스 총선과 독일 지방선거에서도 집권당들이 패배했다. 긴축정책에 대한 ‘저항’이 유럽의 정치지형을 뒤바꾼 것이다.
올랑드는 연설에서 “긴축은 더이상 우리의 운명일 필요가 없다. 우리는 성장과 번영을 이뤄야 하고 이것이 내가 유럽 파트너들, 특히 독일에 하고 싶은 말”이라며 메르켈을 향해 ‘직구’를 날렸다.
국제사회에선 경제위기 해법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이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주식시장이 급락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당장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3% 등을 강제한 신재정협약의 재협상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유럽연합 25개국 정상이 이미 서명한 신재정협약 재협상은 가능하지 않다”고 올랑드를 경계했다.
이렇게 양국이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지만, 외신들은 메르켈과 올랑드 모두 ‘실용주의자’라며 물밑에선 이미 이견 좁히기에 들어갔다고 보도하고 있다. 올랑드는 신재정협약에 대한 입장을 파기에서 재협상으로 완화하는 한편, “당선된다면 첫 여행지는 베를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르켈 총리도 올랑드가 베를린을 방문한다면 “양팔을 벌려” 환영할 것이라며 유화적 제스처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올랑드의 체면을 살리는 수준의 ‘일부 수정’을 전망한다. 독일 베를린자유대 프랑스센터의 에티엔 프랑수아는 <시엔엔>(CNN)에서 “독일은 올랑드가 말한 것을 도와주기 위해 작은 변화를 수용할 만큼 충분히 영리하다”고 말했다. 또 파리 시엠시(CMC)마켓의 파브리스 쿠스테 대표는 <아에프페>(AFP) 통신에 “(올랑드의) 공약이 뭐든 실질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여지가 좁다”고 지적했다.
유럽 정치지형 변화가 실제 유럽 경제정책의 근본적 방향을 바꿀지는 내년 9월 독일 총선 결과에 달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홍식 숭실대 정외과 교수는 “독일에서 성장을 중시하는 사민당·녹색당 연정이 집권하면 올랑드의 사회당과 손잡고 좀더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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