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유로존 급한불 껐지만…그리스 2차총선 등 불씨 첩첩

등록 2012-06-10 20:03수정 2012-06-10 21:53

[뉴스분석] 스페인에 146조원 구제금융
유로존이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 결정으로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한 불끄기에 나섰지만 일단은 시간벌기 성격이 짙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구제금융은 부동산 거품 폭발로 붕괴 위기에 빠진 스페인 은행들만을 대상으로 한 자금 지원으로, 해당국 경제 전반에 걸친 지출 삭감 등 구조조정을 부과하지 않는 전례없는 방식이어서 형평성 논란도 일 것으로 예상된다.

루이스 데긴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9일(현지시각) 유로존(단일통화 유로화 사용 17개국) 재무장관들의 긴급 전화회의가 끝난 뒤 마드리드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로존 국가들에 “은행권 지원을 공식 요청했다”고 밝혔다. 데긴도스 장관은 “자금 지원은 매우 우호적인 조건, 시장에서보다 더 우호적인 조건”으로 이뤄진다며 “(자금 지원) 조건은 은행들한테 부과되지, 스페인 사회에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전화회의를 통해 스페인 은행권에 최대 1000억유로(약 1250억달러·약 146조원) 상당의 구제금융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스페인에 대한 구체적인 구제금융 액수는 2개의 독립적인 민간기구의 실사에 따라 오는 21일 전에 결정된다.

이번 구제금융 결정은 스페인 은행권 사정이 워낙 다급한데다, 더 이상의 지출 삭감 등 긴축을 밀어붙일 내부 여력도 없기 때문에 이뤄졌다. 스페인은 재정적자가 거의 없는 모범적 균형예산을 유지했으나,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부동산 거품 폭발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자 민간 분야의 채무가 급증했다. 가계부채 급증과 정부의 긴축이 맞물리며, 스페인 경제는 더욱 위축돼 현재 25살 미만 청년 실업률이 51.5%에 이른다. 스페인에 대한 전례없는 파격적 구제금융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또 유럽연합이 유로존 탈퇴의 기로가 될 그리스의 17일 재총선에 앞서 스페인 문제를 해결해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의도도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리스 재총선에서 긴축을 반대하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승리할 경우 스페인에도 적지 않은 파급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 전망보다 구제금융의 규모가 크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자본유출이 급속히 계속되고 있는 스페인의 상황을 고려할 때 완전한 구제금융 사태를 막기에 충분한 규모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10일 전했다. 구제금융에 따른 불가피한 채무 부담 증가도 또다른 위험요인으로 바뀔 수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선 이번 구제금융이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유럽연합의 유연함을 보여주기 시작한 단초로 받아들여져, 당분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에스와르 프라사드 코넬대 교수는 <에이피>(AP) 통신에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주변국에 대한 가중되는 압력을 완화시킬 의미있는 조처를 유럽 지도자들이 마침내 취하기 시작했다”며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에도 안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도 “스페인 경제의 건강에 중요한 조처이고 유로존의 재생에 사활적인 재정연합으로 가는 구체적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유로존 위기가 진정되면서 궁극적인 위기 해법으로 간주되는 재정통합으로 갈 수 있느냐는 점이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으로 유럽연합이 시간은 벌었으나, 그 시간 안에 경제위기를 극복할 중장기적 해법을 구체적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에이피>는 “유럽이 재정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는 유럽 전역에 걸쳐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 킬세계경제연구소의 이코노미스트인 젠스 보이젠호그레페도 “여전히 스페인이나 유로존의 불확실성이 높고 나쁜 뉴스들이 어느 곳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며 “(이번 구제금융이) 스페인이나 유로존의 근저에 깔려있는 문제들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