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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긴축의무 없는 구제금융…스페인 ‘벼랑끝 전술’ 통했다

등록 2012-06-10 20:10수정 2012-06-10 21:27

스페인 구제금융
‘구제금융 안받겠다’ 버티기
공멸 우려한 유로존 국가들
추가 요구조건 없는 지원 약속
그리스 등과 형평성 논란일듯
“스페인 은행을 구제할 자금을 유럽 기관들이 투입해 줘야 한다. 하지만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불가능하다.”(5일(현지시각) 크리스토발 몬토로 스페인 예산장관)

“은행 부문 구제금융 신청과 관련해 아무런 결정도 내려진 것이 없다.”(7일 소라야 사엔스 데산타마리아 부총리)

스페인은 막판까지 ‘벼랑끝 전술’을 썼다. 돈은 필요하지만 구제금융은 받지 않겠다고 버티는 스페인에 국제사회는 전전긍긍했다. 그리고 결국 예산이나 재정은 손대지 않는 조건의 ‘구제금융 같지 않은 구제금융’을 스페인에 빌다시피 떠넘겼다. ‘대마불사’를 외친 스페인의 승리인 셈이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애초 예상됐지만 스페인 정부와 유럽연합 간의 급박한 주말 논의를 거쳐 9일 전격적으로 발표된 것은 그리스 총선 결과에 대한 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페인 구제금융 막전막후
스페인이 공식적으로 유럽 각국에 손을 벌린 것은 지난 5일이다. 스페인 당국이 밝힌 필요한 돈은 400억유로였지만, 적어도 900억유로는 투입돼야 급한 불을 끌 수 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였다. 하지만 스페인은 서두르지 않고 구제금융 이외의 방법으로 돈을 지원받아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속이 탄 것은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 미국이었다. 유로존 국가들은 유로안정화기구가 구제금융 외의 다른 방법으로 은행들을 직접 지원할 방법은 없는지 찾느라 분주해졌다. <파이낸셜 타임스> 독일판 등 외부 언론들은 이런 스페인의 태도를 “가미카제(자살특공대)식 정치”라고 비난했다.

이후에도 국제적인 압력은 계속됐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7일 스페인의 장기 국가신용등급을 ‘BBB’로 3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애초 11일 발표 예정이었던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테스트(자산 건전성 평가)를 8일로 앞당겨 발표하며, 금융쇼크를 피하려면 적어도 400억유로가 투입돼야 한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8일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그들이 더 서둘러서 단호하고 구체적으로 행동하면 할수록 사람들과 금융시장은 더 빨리 자신감을 회복할 것”이라며 스페인 등에 대한 재빠른 대처를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도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던 스페인의 태도 변화가 나타난 것은 9일 오후 진행된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긴급 전화회의였다. 이 회의에서 스페인에 추가적인 이행조건을 내걸지 않는 구제금융에 대한 논의가 급진전했고, 스페인 루이스 데긴도스 경제장관은 이날 “스페인 정부가 유로존 국가들에 은행 분야에 필요한 구제금융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마불사 논리 통해
스페인이 구제금융을 그토록 피하고 싶어한 것은 국가이미지 문제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가혹한 구제금융 조건을 떠안고 싶지 않아서였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160% 수준인 정부 부문의 부채를 2020년까지 120% 수준으로 낮추기로 합의한 그리스는 최저임금 23% 삭감, 공공부문 일자리 연내 1만5000개 감축 등 가혹하기 이를 데 없는 긴축정책을 펴고 있다. 이 조건을 맞추지 못할 경우 구제금융으로 받은 돈을 곧바로 토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나 포르투갈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유로존 내 경제규모 4위인 스페인이 휘청거리면 유럽 경제 전체가 공멸 상태에 빠질 것을 우려한 유로존 국가들은 추가 요구조건 없이 구제금융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리스나 포르투갈 등 혹독한 조건을 약속했던 국가들과의 형평성 문제는 앞으로 두고두고 유로존 내 골칫거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스페인의 협상을 지켜본 그리스의 17일 2차 총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인지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현재 지지율 1위는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주장하는 시리자(급진좌파연합)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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