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
2004년이후 부동산값 44% 뛰어
2008년 금융위기로 거품 터지자
주택담보대출 은행들 부실화
2004년이후 부동산값 44% 뛰어
2008년 금융위기로 거품 터지자
주택담보대출 은행들 부실화
스페인의 위기는 흔히 유럽 재정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는, 정부의 과도한 차입만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잘 드러내주는 사례다. 그리스나 포르투갈, 이탈리아 정부는 모두 큰 빚을 졌지만 스페인은 2008년까지 차입을 거의 하지 않는, 재정균형을 이뤄온 국가였다. 1999년 유로존 통합 이후 매우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게 됐지만 스페인 정부는 차입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민간 부문의 스페인 사람들과 은행은 달랐다. 1999년부터 2007년까지 평균 3.7%라는 비교적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던 스페인에서 부동산 거품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2004~2008년 5년 사이 부동산 가격은 44%나 올랐다. 사람들은 더 많은 돈을 빌려 더 큰 집을 사려는 탐욕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를 계기로 부동산 거품이 갑자기 터지고 난 뒤 집값은 25%나 급락했다.
그동안 국제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국민들에게 부동산 담보대출을 해주면서 이자를 챙겨왔던 은행들은 곧바로 돈줄이 막혔다. 특히 부동산 대출을 주력상품으로 삼던 저축은행들은 급격히 부실화됐다. 현재 가장 급하게 돈이 투입돼야할 3위 은행 방키아는 이런 저축은행들이 일부 통폐합한 은행이다. 2007년까지는 유럽 평균 수준을 유지했던 스페인의 실업률은 부동산 거품이 꺼진 이후 현재 유로존내 최고인 24.3%(유럽평균 10.3%)로 치솟았고, 특히 25살 미만 청년실업률은 51.5%(유럽평균 22.4%)에 이르게 됐다.
지금까지 유로존 내 구제금융을 받았던 나라 중에서는 아일랜드가 스페인과 가장 유사하다. 아일랜드는 1995~2007년 ‘켈틱 타이거’(고성장하는 아일랜드를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에 빗댄 말)라고 불리며 유럽의 떠오르는 신흥 경제강국으로 각광받았지만 이는 이 시기 520%나 뛰어오른 부동산 가격에 기댄 거품이었다. 2008년 집값이 반토막이 나자 경제는 완전히 붕괴됐고, 결국 2010년 11월 85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스와 포르투갈은 과도한 공공부문 비용 집행이 문제가 됐다. 두나라 모두 경제 토대에 걸맞지 않는 큰 규모로 복지·일자리 정책을 시행하면서도 감세 정책을 시행했고, 사회전반에 만연한 탈세 분위기도 재정적자를 키웠다. 포르투갈은 2011년 5월부터 국제통화기금으로부터 3년동안 78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고, 그리스는 국제통화기금, 유럽재정안정기금 등에서 2차례에 걸쳐 2400억유로를 지원받았다.
이형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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