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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페인 은행 손실막다 국가 빚더미…2008년 위기 ‘반복’

등록 2012-06-12 19:02수정 2012-06-12 21:41

‘스페인 효과’ 반나절만에 증발
‘구제 조건’ 아직 불확실한 탓도
“미봉책에 불과…위기 되레 부각”
‘모래가 거의 떨어지면 다시 모래시계를 돌려 세워놓지만, 그럴 때마다 모래는 더 적게 남아 있다. 모래시계를 돌려놓는 주기만 짧아지고 있다.’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1천억유로(약 146조원) 구제금융 효과가 순식간에 증발하자, 11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한 자산운용가의 말을 인용해 지난 몇년간 계속돼온 유럽 부채위기 해법들을 이렇게 묘사했다. 다람쥐 쳇바퀴 같은 해법을 내놓으면서, 위기 발생만 반복되며 그 주기만 짧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구제금융이 발표되자, 유로존 위기 해법을 위한 시간벌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이렇게 짧을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구제금융 발표 이후 첫 개장일인 11일 스페인 위기의 시금석인 스페인 국채금리가 하락했다가 상승으로 돌아서는 데 불과 4시간 40분이 걸렸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시장이 냉담하게 돌아선 것은 이번 구제금융이 미봉책에 불과한데다, 위기의 근원만 오히려 부각시켰기 때문이라는 평가가 많다.

우선, 이번 구제금융은 스페인 은행권의 문제를 스페인 국가문제로 공식화해버렸다. 다시말해, 민간 부채를 국가 부채로 확산시킨 것이다.

애초 스페인 위기는 국가의 재정문제가 아니라 부동산 폭락으로 인한 은행권 등 민간 부채가 원인이었다. 이번 구제금융도 이를 겨냥해, 스페인 정부의 거시경제 운용에 새로운 긴축 과제를 부과하지 않고 스페인 은행권 자금지원으로 한정했다. 하지만 이 자금 운용과 보증은 결국 스페인 정부가 책임지게 돼 있다. 1천억유로나 되는 자금이 고스란히 국가 부채로 남게 되는 것이다. 이러니 스페인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금리 상승)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금융권의 손실을 정부 재정으로 막다가 국가도 위기에 봉착하는 2008년 금융위기의 전형적 전개과정을 스페인도 보여주는 셈이다.

둘째, 스페인 은행권 자체의 문제이다. 지금까지 스페인 국채의 최대 매수자는 스페인 은행들이었다. 스페인 은행들은 부동산 폭락으로 인한 손실에도 유럽중앙은행의 값싼 자금을 받아 스페인 국채들을 매수해 떠받치는 중추적 구실을 했다. 이제 스페인 은행들은 그럴 만한 자금이 바닥난데다 이번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유럽연합의 직접 감독에 들어갔다. 실제 스페인 국채의 최대 매수자 중 하나였던 제2위 은행 ‘방코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는 만기 국채를 새로운 국채로 교체하고 있으나, 그 총 보유량은 늘지 않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스페인 은행들의 추가 매입 여력이 없다는 뜻이다.

셋째, 이번 구제금융의 구체적인 조건 등이 아직 불확실하다. 구제금융 자금은 다음달 발효되는 구제금융 상설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에서 집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지만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 이 기구의 자금이 집행된다면 스페인이 지급불능 사태에 빠진다 해도, 구제금융을 위해 발행된 채권은 우선변제권을 가진다. 하지만 기존 임시기금인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F)에서 집행되면, 우선변제권은 보장되지 않는다. 이런 불확실성이 투자자들의 회의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구제금융이라는 스페인 위기에 대한 방화벽이 힘을 잃으면, 주변으로 불이 번지게 된다. 이탈리아의 국채가 다시 지난 1월 이후 최저 가치를 보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17일 치러지는 그리스 재총선의 불투명성까지 더해져, 유로존 위기는 다시 스페인 구제금융 이전보다 악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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