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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직장 잃고 날품팔이 “우리가 뭘 잘못했나”

등록 2012-06-14 20:56수정 2012-06-14 23:24

재총선 앞둔 그리스 표정
도시서민들 경기침체 직격탄
‘긴축 파기’ 시리자 인기 폭발

땅 가진 농부들은 형편 나아
‘합의안 이행’ 신민주당 지지
“허리띠를 졸라매라는 것은 아주 나쁜 조언이다!” 그리스 재총선을 나흘 앞둔 13일(현지시각) 아테네 외곽의 작은 농촌 마을 벨리카에서 올리브 농사를 짓고 있는 흐리소스토모스 스트라투라스는 <월스트리트 저널>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럽연합과 국제통화기금의 혹독한 구제금융 조건은 이곳 벨리카 같은 농촌 마을의 삶도 점점 힘들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스트라투라스를 비롯한 농부들의 표심은 유로존에 남아 구제금융 합의안을 이행할 것을 공언한 신민주당으로 향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구제금융 합의안은 분명 ‘살인적’이라고 느끼고 있지만, 시리자(급진좌파연합)가 주장하는 ‘구제금융 합의안 전면 파기’는 너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집과 땅을 소유하고 있는 농부들은 도시 서민들과 달리 집세나 먹거리 비용에 대한 부담이 없어 경기불황의 여파가 상대적으로 적다.

농촌 유권자들은 지난달 6일 치러진 1차 총선에서도 압도적으로 신민주당을 지지했다. 그 결과 신민당은 시리자를 간발의 차이로 따돌리고 제1당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신민주당과 시리자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도시 서민들 사이에서 시리자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직후인 지난 12일 시리자의 지지도가 신민당을 크게 앞섰다는 루머가 돌아 뱅크런(예금인출사태)과 사재기가 극성을 부렸다고 현지 외신들은 전했다. 실제로 지난 1차 총선 이후 주요 은행들에서 매일 8억유로(약 1조1726억원) 규모의 뱅크런이 일어났고, 이 돈의 상당액이 파스타나 통조림 등 식료품 사재기에 쓰이고 있다고 <시엔비시>(CNBC) 등이 이날 전했다.

그리스 중앙은행에 따르면, 그리스 금융위기에 대한 공포가 일기 시작한 2009년부터 가계와 기업들이 보유한 계좌에서 모두 720억유로(약 99조원)가 시나브로 빠져나가, 4월말 현재 잔고는 1659억유로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출된 돈은 외국 은행에 입금되거나, 해외 투자 또는 집에 쌓아둔 것으로 추정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도시 서민들에게는 사치다. 직장을 잃고 농촌으로 쫓겨난 서민들의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에피 하지흐리스토포루는 최근 남편과 함께 올리브 오일 공장에서 해고된 뒤 이곳 벨리카로 이주했다. 이들 부부는 한 농장에서 날품을 팔며 산다. 자기 소유의 땅이 없기 때문이다. 이들은 전기료를 내지 못해 단전 위기에 몰려 있다. 에피의 부인은 “도대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이번 총선에서) 누굴 찍더라도 이런 고통이 사라질 것 같지는 않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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