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스 사마라스(61·왼쪽 사진) 주당 당수와 알렉시스 치프라스(37·오른쪽)
초엘리트 코스 성장 사마라스
“유럽의 검은양 되돌아갈건가”
재협상 주장하면서도 신중 자생적 운동가 37살 치프라스
“채권자들 협박에 끌려다녀”
구제금융 조건 무효화 주장 단독과반 확보 불가능 전망
연정구성 성공에 미래 달려 전 세계의 눈은 지금 이 두 그리스 남자에게 쏠려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61·오른쪽 사진) 신민주당 당수와 알렉시스 치프라스(37·왼쪽) 시리자(급진좌파연합) 당수. 17일(현지시각) 치러질 재총선에서 그리스의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의 수장들이다. 경력과 나이만큼이나 구제 금융에 대한 견해도 다른 두 사람의 선택에 유로존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세세한 차이점을 무시한다면, 두 사람의 입장은 그리스 신·구세대를 대표한다. 사마라스는 1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계획을 취소한다면 우리(그리스)는 다시 유럽의 검은양(골칫덩어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동남쪽에 치우쳐 있는데다, 친소련정권과 군부독재의 지배 아래 있었던 그리스는 유럽문화의 발상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세계의 일원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2001년 유로존 가입에 성공해 드디어 떳떳하게 유럽세계에 진입했다고 생각했지만, 재정위기 이후 다시 유럽의 골칫거리가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사마라스가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주장하면서도 유럽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려는 것은 이런 오랜 공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치프라스의 생각은 다르다. 군부독재가 종식된 지 사흘 뒤인 1974년 7월28일에 태어난 그에게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곧 유로존 전체의 공멸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이 그리스를 내칠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2차 구제금융 조건을 무효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추가제재 없이 구제 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스페인의 사례는 그에게 훌륭한 정치적 무기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치프라스는 그리스 신문 <아브기>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구제금융은 이 위기가 그리스만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사마라스는 그리스를 무릎 꿇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삶의 궤적 또한 극과 극을 달린다. 사마라스는 아테네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아테네대학을 나왔다. 하버드 유학을 마친 뒤 26살에 처음 국회의원이 됐고, 금융장관과 외무장관을 거치는 전형적인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아테네의 중산층에서 태어난 치프라스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우파정부의 교육개혁 방침에 반발해 몇 달간 교실에서 먹고 자는 점령시위를 이끌어 결국 정부의 양보를 받아낸 ‘자생적 운동가’다. 2006년 아테네 시장선거에 당시로서는 신흥정당이었던 시리자의 후보로 나서 3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34살에 시리자의 대표가 됐다. 두 사람의 이런 이력은 약점이자 강점이 되고 있다. 사마라스는 치프라스를 제대로 된 국정경험이 없는 ‘애송이’라고 공격하며 유권자들의 안정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치프라스 지지자들은 “경험 많은 정치인들이 그동안 해놓은 게 뭐냐”며 “정치를 35년이나 해온 사마라스가 국정을 쇄신하는 적임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서로를 겨눈 말에는 점점 날이 서고 있다. 사마라스는 치프라스에게 “포커를 하고 싶으면 집에서 하라. 그리스를 판돈으로 내걸지 말고”라고 공격했고, 치프라스는 “사마라스는 채권자들(독일 등)의 협박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렇게 ‘극과 극’이기는 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두 사람의 고민은 같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어느 쪽이든 단독과반은 불가능하다. 연정이 어떻게 구성될지, 구성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또 국민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유로존 위기를 최악으로 끌고간 ‘원흉’이 되지 않기 위해 구제금융 협상의 재조정을 어떤 수위로 할지도 이 둘의 결정에 달려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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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검은양 되돌아갈건가”
재협상 주장하면서도 신중 자생적 운동가 37살 치프라스
“채권자들 협박에 끌려다녀”
구제금융 조건 무효화 주장 단독과반 확보 불가능 전망
연정구성 성공에 미래 달려 전 세계의 눈은 지금 이 두 그리스 남자에게 쏠려있다. 안토니스 사마라스(61·오른쪽 사진) 신민주당 당수와 알렉시스 치프라스(37·왼쪽) 시리자(급진좌파연합) 당수. 17일(현지시각) 치러질 재총선에서 그리스의 제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당의 수장들이다. 경력과 나이만큼이나 구제 금융에 대한 견해도 다른 두 사람의 선택에 유로존의 운명이 걸려 있는 셈이다. 세세한 차이점을 무시한다면, 두 사람의 입장은 그리스 신·구세대를 대표한다. 사마라스는 13일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구제금융 계획을 취소한다면 우리(그리스)는 다시 유럽의 검은양(골칫덩어리)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리적으로 동남쪽에 치우쳐 있는데다, 친소련정권과 군부독재의 지배 아래 있었던 그리스는 유럽문화의 발상지였음에도 불구하고 유럽세계의 일원으로 취급받지 못했다. 2001년 유로존 가입에 성공해 드디어 떳떳하게 유럽세계에 진입했다고 생각했지만, 재정위기 이후 다시 유럽의 골칫거리가 됐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적했다. 사마라스가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을 주장하면서도 유럽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움직이려는 것은 이런 오랜 공포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젊은 치프라스의 생각은 다르다. 군부독재가 종식된 지 사흘 뒤인 1974년 7월28일에 태어난 그에게는 자신감이 넘친다. 그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곧 유로존 전체의 공멸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럽이 그리스를 내칠 리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2차 구제금융 조건을 무효화하고 처음부터 다시 협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추가제재 없이 구제 금융을 지원받기로 한 스페인의 사례는 그에게 훌륭한 정치적 무기가 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분석했다. 치프라스는 그리스 신문 <아브기>와의 인터뷰에서 “스페인 구제금융은 이 위기가 그리스만의 것이 아니라는 증거”라며 “사마라스는 그리스를 무릎 꿇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삶의 궤적 또한 극과 극을 달린다. 사마라스는 아테네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아테네대학을 나왔다. 하버드 유학을 마친 뒤 26살에 처음 국회의원이 됐고, 금융장관과 외무장관을 거치는 전형적인 ‘초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아테네의 중산층에서 태어난 치프라스는 고등학교 재학 당시 우파정부의 교육개혁 방침에 반발해 몇 달간 교실에서 먹고 자는 점령시위를 이끌어 결국 정부의 양보를 받아낸 ‘자생적 운동가’다. 2006년 아테네 시장선거에 당시로서는 신흥정당이었던 시리자의 후보로 나서 3위를 기록하는 파란을 일으켰고, 34살에 시리자의 대표가 됐다. 두 사람의 이런 이력은 약점이자 강점이 되고 있다. 사마라스는 치프라스를 제대로 된 국정경험이 없는 ‘애송이’라고 공격하며 유권자들의 안정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치프라스 지지자들은 “경험 많은 정치인들이 그동안 해놓은 게 뭐냐”며 “정치를 35년이나 해온 사마라스가 국정을 쇄신하는 적임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선거전이 막판으로 치달으면서 서로를 겨눈 말에는 점점 날이 서고 있다. 사마라스는 치프라스에게 “포커를 하고 싶으면 집에서 하라. 그리스를 판돈으로 내걸지 말고”라고 공격했고, 치프라스는 “사마라스는 채권자들(독일 등)의 협박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반격했다. 이렇게 ‘극과 극’이기는 하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두 사람의 고민은 같다. 현재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어느 쪽이든 단독과반은 불가능하다. 연정이 어떻게 구성될지, 구성에는 성공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골칫거리다. 또 국민들을 만족시키면서도 유로존 위기를 최악으로 끌고간 ‘원흉’이 되지 않기 위해 구제금융 협상의 재조정을 어떤 수위로 할지도 이 둘의 결정에 달려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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