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 시나리오 엄습…“온전히 남을 은행 없다”

‘크레디스위스’ 보고서 눈길
“그리스만 탈퇴할땐 감당
주변국들 모두 탈퇴하면
은행가치 절반 날아간다”

오는 17일(현지시각) 재총선 이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등 유로존 붕괴의 어두운 시나리오가 유럽 대륙을 덮고 있다. 유로존이 붕괴된다면 유로존 은행들의 가치가 절반 이상 날아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크레디스위스은행이 그리스 등의 유로존 탈퇴에 따른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한 심층보고서를 냈다고 영국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유로존 위기가 유로존 붕괴로 귀결된다면 유로존 은행권은 3700억유로의 직접적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리스를 비롯해 이탈리아,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 위기 감염 주변국들이 유로존을 탈퇴하면 “유럽 은행들 자산가치의 58%가 사라질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설사 이들 국가들의 탈퇴 이후 유로존이 살아남는다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은행들이 자국으로 철수하면서 약 1조3천억유로의 신용가치가 증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유로존 신용의 10%에 해당한다. 이 보고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나머지 주변국들의 탈퇴→ 이들 국가에서 외국 은행들의 철수라는 3단계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유로존 은행권에 약 4700억유로 상당의 자본 투입이 필요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리스만 유로존을 탈퇴할 경우에도 유럽 은행들은 주가의 5%가 증발할 수 있다. 그리스에 가장 많은 돈이 물린 프랑스 은행, 그 중에서도 프랑스 3위 은행인 크레디아그리콜 은행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유로존 붕괴 시 약 2조유로의 신용가치가 증발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감당할 수 있으나, 주변국 모두가 탈퇴하면 유로존의 대형 은행 중 온전하게 남을 은행을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은행들이 그리스 탈퇴를 준비해 왔기 때문에 충격이 제한적일 수 있으나, 이 경우도 ‘질서 있는 탈퇴에 한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지목된 크레디아그리콜 은행은 이 경우에 대비해 그리스에서 철수하는 긴급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그리스의 최대 외국계 은행이자 6위 은행인 엠포리키은행의 최대 주주다. 이 계획은 엠포리키은행을 더 큰 그리스 은행과 합병해 크레디아그리콜의 지분을 10%로 희석시키거나, 일방적으로 철수해 엠포리키은행을 파산시키는 등 두 가지 방안을 마련해 놓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이 은행에 적어도 52억유로의 손실을 끼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그리스 텔레비전 <메가채널>과 인터뷰에서 그리스가 구제금융 협상을 지키지 않는다면, “유로존에서 그리스의 존재를 종료하는 것을 선호할 나라들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는 것을 개인적으로는 선호하나, 이에는 신뢰관계가 요구된다는 것은 그리스 국민들이 알아야 한다”며 “구제 금융과 긴축 협상안의 포기는 유로존 회원국들에게는 유로존 붕괴로 받아들여질 것이다”고 강조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ma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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