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재총선 보수우파 승리]
구제금융 협상·긴축 택해
아시아 증시 일제히 상승
구제금융 협상·긴축 택해
아시아 증시 일제히 상승
유로존 위기가 3년 만에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17일(현지시각) 치러진 그리스 재총선에서 구제금융 협상 찬성을 내세운 신민당 등 집권연정 세력이 승리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로 촉발될 유로존 해체 등 파국은 일단 피하게 됐다. 18일 한국 코스피(1.81% 상승)와 일본 닛케이지수(1.77% 상승), 대만 자취안지수(1.76% 상승) 등 아시아 증시는 급등세로 그리스 총선 결과를 반겼다. 하지만 3년 전 그리스 등의 국가부채 급증으로 본격화된 유로존 위기는 오히려 그때보다 덩치만 더 커지고, 해법은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이날 저녁 시장에서 유로화의 가치는 떨어지고, 스페인 국채의 수익률이 다시 7%를 돌파하며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파국은 면한 것이 아니라 지연됐을 뿐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예언했던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의 루비니경제연구소는 17일 “그리스 새 정부가 구제금융 재협상을 해도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될 수 없어 국민들 반발로 올해 말 정권이 무너질 것”이며 이에 따라 다시 유로존 탈퇴가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지난 3년간 그리스 재총선에 이르기까지 유로존 위기의 궤적을 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다.
2008년 9월 미국발 금융위기 발발→부동산 거품 폭발과 국가부채 급증으로 유럽 부채위기 본격화(2009년 말)→2010년 5월 그리스를 시작으로 한 구제금융→정부 지출 삭감 등 긴축으로 경기침체 가속화→스페인·이탈리아 등도 국채 가치 하락하며 유로존 위기 심화(2011년 하반기)→긴축 반대 논란 점화(2012년 초)→긴축기조 선회 내세운 프랑스 사회당 집권(5월)→그리스 재총선에서 친구제금융 세력 승리. 유로존 위기는 이 궤적을 거치며, 다시 그리스 구제금융 문제에 부닥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그리스 재총선에서는 구제금융 파기와 긴축 반대를 내세운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5월 총선의 17% 득표보다 10%포인트나 더 얻으며 2당 지위를 굳혔다. 시리자를 포함한 긴축 반대 세력은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날 치러진 프랑스 총선 결선투표에서도 성장책을 내세운 사회당이 단독 과반 의석을 획득했다. 유로존 위기 발생 이후 치러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영국 등의 총선이 위기 발발의 책임을 지게 된 기존 집권세력의 패퇴였다면, 올해 들어 치러진 그리스와 프랑스 등의 선거에선 반긴축 투표 양상이 뚜렷하다. 위기 발발 이후 ‘시장의 요구’에 따라 ‘긴축기조’만을 내세웠던 국가들의 해법에 대해 유권자들이 ‘노’를 분명히 하고 있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유로존 위기는 새로운 출발선에 서고, 그 해법을 찾을 정치적 토양이 바뀌게 된 셈이다. 문제는 바뀐 정치적 토양에서 해법을 도출할 거름인 자원이 순조롭게 나올 수 있느냐는 것이다. 첫 단추인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도 그 여지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리스가 가장 절실히 원하는 정부 지출 삭감 등 긴축기조 수정에는 독일을 포함해 대다수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완강한 반대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리스의 긴축기조 완화는 당장 돈이 없는 그리스한테 더 많은 외부자금이, 특히 가용자원을 가진 유일한 나라인 독일의 돈이 수혈됨을 의미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지적했다.
독일의 돈을 더 풀고, 이 과정에서 유로존 위기의 중장기 해법인 유럽통합 진척도 이뤄내야 한다. 현재 유로존의 은행을 공동으로 보증하는 은행연합이나 유로본드(채권) 발행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은 각국의 재정권을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재정통합에 대한 보장이 있어야만 이런 논의를 진척하겠다는 완강한 자세이다. 반면 다른 회원국들은 독일이 먼저 돈을 풀라는 입장이다. 이 역시 지난해 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당시 프랑스 대통령이 유로존 위기 타개 근본대책의 일환으로 내놓은 ‘신재정협약’ 당시 논란의 연장이다.
유로존 위기가 3년 전과 다른 사이클을 그리려면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긴축과 성장책 재조정, 은행연합·유로본드·재정통합 등 유럽통합이 동시에 진척돼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루비니연구소의 음울한 예언은 또다시 현실화될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포공항 옆 20년간 숨겨진 비밀습지
■ 주폭 100명 구속…대부분 노숙인, 치료보다 때려잡기?
■ 디아블로 ‘환불 꼼수’ 논란
■ 진동파운데이션 중국 홈쇼핑서도 불티
■ 왕년의 웹사이트들, 특화 서비스로 ‘제2의 청춘’
■ 김포공항 옆 20년간 숨겨진 비밀습지
■ 주폭 100명 구속…대부분 노숙인, 치료보다 때려잡기?
■ 디아블로 ‘환불 꼼수’ 논란
■ 진동파운데이션 중국 홈쇼핑서도 불티
■ 왕년의 웹사이트들, 특화 서비스로 ‘제2의 청춘’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