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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포경수술은 인권침해” 판결…독일 내 무슬림 ‘발끈’

등록 2012-06-27 13:48수정 2012-06-27 16:06

4살 소년 할례시술 뒤 합병증…법원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판결
독일의 한 법원이 종교적 의례로 행해지는 소년 할례(포경수술)가 신체를 위해하며 몸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면서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독일 서부 콜로그네 고등법원은 26일(현지시각) 네살바기 소년의 할례 시술을 했다가 합병증을 일으킨 혐의로 기소된 의사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서 “어린이의 신체의 고귀함이 종교의 자유와 부모의 권리를 압도한다”고 판시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재판부는 “부모는 자녀들이 자신의 할례 여부를 스스로 결정할 때까지 기다려야 할 의무가 있으며, 따라서 부모의 종교적 자유와 자녀 교육권이 수용할 수 없을만큼 용인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할례 시술로 어린이의 신체 일부가 회복 불가능하고 영구적으로 바뀌는 것은 어린이가 나중에 성장해 종교적 신념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와도 상충된다”고 밝혔다.

피고 의사는 최근 무슬림 부모의 요청으로 소년의 할례 수술을 했으나 며칠 뒤 과다출혈 등 합병증이 불거지자 신체 상해 혐의로 기소됐다. 하급법원은 그러나 이 의사에 무죄를 선고했으며,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하급 법원의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전혀 달랐다. 하급법원은 어린이의 부모가 할례를 요청했으며 의사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시술을 했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항소 재판부는 할례를 둘러싼 법적 논란이 크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독일에서 여아 할례는 불법이나, 위생 또는 종교적 이유에 따른 남아 할례는 불법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향후 할례의 권리와 인권침해 시비를 둘러싼 사회적, 법적 논란에 의미 있는 화두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독일에서만도 무슬림과 유대인들의 종교적 의례와 풍습에 따라 매년 수천건의 소년 할례시술이 이뤄지고 있다.

항소법원의 판결에 대해 유대인 및 무슬림 단체들은 발끈하고 나섰다. 독일 유대인중앙위원회의 디터 그라우만 회장은 “이번 판결이 종교 공동체의 자율권에 대한 전례 없고 놀라운 간섭이며 무례하고 무감각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유대교에서 신생아 할례는 수세기 동안 행해져온 고정불변의 전통이며 전 세계에서 존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파사우대학의 형사법 전문가인 홀름 푸츠케 교수는 독일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번 항소심 판결은 의료인들에게 사상 처음으로 (할례에 대한) 법적 확신을 주었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중요하다”며 “정치인들과 달리 법원은 반유대주의나 종교적 불관용 시비를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했다.

할례는 종교적 이유뿐 아니라 의료·보건상의 이유로 행해지기도 한다. 지난 22일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에선 의회 보건위원회가 ‘에이즈(AIDS) 검사 및 포경수술 센터’를 설립했으며, 남성의원 40여명이 에이즈 예방과 근절의 정치적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솔선수범해서 포경수술을 받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세계 15살 이하 소년이 3명 중 1명 꼴로 포경수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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