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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럽 살린 메르켈, 고국 독일서 ‘뭇매’

등록 2012-07-01 19:56

유로정상회의서 양보안
독일언론 맹비난 공세
“축구처럼 이탈리아에 항복”
실행과정 먹구름 드리워
시장은 환호했으나, 메르켈은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시장의 환호도 언제까지 계속될지 불투명하다.

지난 29일(현지시각) 끝난 유럽연합 정상회의 결과에 금융시장이 최근 들어 가장 극적인 환호를 보냈다. 유로화는 정상회의 결과 발표 직후에 달러 대비 2%까지 치솟았다가 1.7% 상승으로 주말장을 마감했다. 7%대를 넘나들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10년 국채 수익률은 급락하며 각각 5.81%와 6.32%를 기록했다. 이란 석유금수 조처가 결부돼 있긴 하지만, 자유 낙하하던 원유값도 경기회복에 대한 전망으로 선물가격이 무려 9.4%p나 폭등했다. 하루치 상승세로서는 2009년 3월 이후 최대이다.

반면, 이날 시장의 환호를 ‘제공’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본국에서 집중적인 난타를 당했다.

독일 납세자를 희생시켜 유럽의 부실은행과 부채 위기국들을 구하려 한다는 비판이다. 독일의 최대부수 신문 <빌트>는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메르켈은 굴복,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승리”라는 자극적 제목을 달았다. <슈피겔>은 “축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유로 정상회의에서도 이탈리아가 브뤼셀의 밤샘 협상에서 핵심 조항들을 따냈고, 메르켈 총리는 항복했다”고 이번 결과를 유로 축구대회 준결승에서 이탈리아가 독일을 물리친 데 비유했다.

이번 정상회의의 합의는 크게 두가지다.

첫째, 유로존 17개국의 은행들을 관리할 단일 감독기구의 창설이다. 독일이 주장하던 유럽연합 재정통합 강화를 위한 첫걸음이다. 구체안은 연말이나 되어야 나올 것으로 보이는데, 유럽중앙은행이 그 역할을 맡을지 또 영국 등 유로존 밖의 유럽연합 회원국 은행들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난제가 남아있다. 독일은 이런 불확실한 재정통합안을 얻는 대신 나머지를 양보해야 했다.

둘째, 유럽 부실은행과 부채 국가에 대한 직접 지원이다. 방법은 세가지인데, 유럽연합의 구제금융 기금들인 기존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F)와 이를 대체할 상설기구인 유럽안정화기구(ESM)가 △부실은행들에게 직접 자본을 투여하고 △부채위기국의 국채를 직접 매입하며 △부실은행들의 부채 재조정 때에도 우선변제권을 갖지 않기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유럽연합의 공적 자금으로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부실은행에 자금을 직접 지원해 해당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게 하는 한편 이들 국가들의 국채도 사줘 이자율을 낮춘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이 은행들이 파산해도 유럽연합은 우선변제권을 갖지 않고 민간투자자들의 변제권을 우선 보장하기로 했다.

이 양보안들이 실행에 들어가면 독일 납세자들은 내년쯤이면 위험스런 스페인과 이탈리아 채권의 간접 투자자가 되어 있을 것이다. 유럽안정화기구의 최대 자금원은 독일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그동안 유럽안정화기구는 국채만 매입할 수 있으며 매입한다 해도 해당국의 강력한 긴축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메르켈 총리는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협공 앞에 이 주장을 모두 양보했다. 특히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독일의 양보가 없을 경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다시 집권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켈 총리는 정상회의 때 합의된 내용은 구체안을 통해 집행된다며 납세자의 돈이 충분한 통제 없이 건네지지 않도록 독일은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여론 달래기에 나섰다. 이런 독일의 사정 때문에 실행과정에 대한 회의론이 부각되며 ‘(합의에 대한) 약발이 빠르게 사라질 것’이란 전망이 1일 쏟아져 나왔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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