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다이아몬드
사임 하루만에 의회 청문회 나와
“조작심각성 이달에야 알아” 주장
“조작 자체는 비난받을 행동이다
높은 차입금리 국유화 빌미 우려”
“조작심각성 이달에야 알아” 주장
“조작 자체는 비난받을 행동이다
높은 차입금리 국유화 빌미 우려”
리보금리(런던 은행간 단기자금 차입 금리) 조작에 대한 책임을 지고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물러난 밥 다이아몬드(사진)가 사임 하루 만인 4일 영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나왔다. 그는 2008년 당시 영국중앙은행이 바클레이스의 높은 차입 금리를 국유화의 빌미로 삼을 거라는 우려가 있었지만 자신은 금리조작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
다이아몬드는 이날 청문회에서 리보금리 조작 배경과 관련해, 2008년 금융위기 때의 공포감을 언급했다. 그는 “만일 당시 화이트홀(영국 중심가)에서 바클레이스의 리보금리가 가장 높다는 말이 나왔다면, 당국자들은 다른 은행들을 국유화할 때 그랬던 것처럼 ‘바클레이스는 돈을 조달하지 못할 거야. 국유화가 필요해’라고 말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의 절박함에도 불구하고 리보금리 조작에 대해서는 실수와 잘못을 인정했다. 다이아몬드는 리보금리 조작에 대해 “비난받을 만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또 “실망과 분노를 안겨드려 죄송하고, 이런 행동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사죄했다.
하지만 자신은 조작의 심각성에 대해 이달에야 알았다고 주장했다. 또 리보금리 조작에 연루된 직원은 바클레이스 직원 14만명 가운데 14명에 불과하며, 그들은 이미 퇴사 등 제재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다이아몬드는 이날 금리 조작에 대해 누가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 특히 영국중앙은행과 영국금융감독청의 역할 등에 대해서 집중 추궁을 당했다. 이와 관련해 다이아몬드는 청문회에 나오기 전 중앙은행과 전직 관료들이 리보금리 조작에 연루됐음을 의도적으로 흘리는 등 ‘물귀신 작전’을 쓰기도 했다. 다이아몬드는 이날 열린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바클레이스를 통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 경영진들에게 보낸 전자우편을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다이아몬드는 “고위관료들이, 왜 바클레이스는 항상 리보금리를 결정하는 단기자금 대출금리를 다른 은행들에 비해 높게 부르는지 매우 궁금해한다”는 폴 터커 영국은행 부총재의 말을 전했다. 당시 노동당 정부의 경제관료들이 영국 은행들의 자금 조달 비용을 줄이기 위해 리보금리가 떨어지기를 원하고 있었음을 암시한 것이다. 경영진으로부터 이를 전해들은 바클레이스의 금리 담당 직원들은 이를 리보금리를 낮추라는 압력으로 받아들였다고 <데일리 메일> 등이 이날 전했다.
그러나 전직 경제부처 고위관료들은 이런 의혹을 일축했다. 한 전직 관료는 “중앙은행과 재무부는 언제나 (리보금리에 대해)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조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리보금리 조작에 가담한 은행 경영진들에게 징역형을 포함한 강력한 징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이아몬드는 형사고발이나 민사소송을 당해 감옥에 가거나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경고 차원에서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다고 외신들은 분석했다.
이춘재 전정윤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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