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2만명 해고한 사장, ‘정신적 학대’ 혐의 기소 위기

등록 2012-07-05 20:35수정 2012-07-05 21:35

프랑스텔레콤의 전 최고경영자(CEO) 디디에 롱바르
프랑스텔레콤의 전 최고경영자(CEO) 디디에 롱바르
당국, 프랑스텔레콤 전 시이오 수사
가혹한 구조조정에 직원 60명 자살
직장내 괴롭힘으로 처벌될지 관심
사장 “속상할 수 있지만 근거 없어”
사장이 구조조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바람에 직원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자살했다면, 과연 그 사장을 ‘정신적 학대’ 혐의로 기소할 수 있을까?

대량해고 소식이 줄을 잇는 긴축과 구조조정의 시대에 전세계의 눈길이 프랑스의 한 수사에 쏠리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은 4일 프랑스 수사당국이 프랑스텔레콤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디디에 롱바르(사진)에 대한 공식 수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프랑스 법체계에서 공식 수사는 기소를 하기 위한 마지막 단계로 간주된다. 일단, 롱바르는 이날 4시간의 조사를 받은 뒤 10만유로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상태다.

프랑스텔레콤은 예전에 프랑스의 국영 통신회사였다. 정년이 보장됐으며 직원들은 준공무원 취급을 받았다. 예전의 한국통신과 비슷한 회사였던 셈이다. 하지만 민영화와 경쟁체제 도입 바람은 이 회사에도 여지없이 불어 닥쳤다. 프랑스텔레콤은 1998년 공사화를 거쳐 2004년 프랑스 정부가 지분을 모두 처분함으로써 완전히 민영화됐다. 그리고 비극은 시작됐다.

2005년 사장으로 부임한 롱바르는 ‘효율화’를 내걸고 가혹한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전체 10만명이 넘는 직원 중 2만2000명을 잘라내고 1만명을 새로운 보직에 앉혔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직원의 대량 자살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2008~2009년 사이 30명이 넘는 직원들이 자살을 선택했고, 그 중 일부는 회사의 가혹한 인사정책을 비난하는 메모를 남기기도 했다. 자살이 잇따르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일자 부사장들이 책임을 지고 잇따라 옷을 벗었으나 롱바르는 회장으로 승진해 여전히 회사를 이끌다가 2010년 초 결국 비난여론을 견디지 못하고 사임했다. 그의 사임 이후에도 프랑스텔레콤에서는 계속 자살사건이 잇따라 지난해까지 모두 60여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프랑스텔레콤 노조 등은 2010년 임원진들을 고발했으며, 이에 따라 프랑스 노동당국이 근무환경 실태를 조사하기도 했다. 당국의 보고서는 가혹한 구조조정이 직원들의 정신건강에 ‘병리학적 영향’을 미쳤다고 결론 내렸다.

롱바르는 이날 <르몽드>에 보낸 기고에서 “구조조정이 직원들을 속상하게 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실제로 자살을 초래했는지는 확실치 않다”고 강변했다. 롱바르의 변호인 장 베이는 당시 경영환경이 매우 엄혹했으며 정부와 소액주주들로부터 수익을 내야 한다는 거센 압력을 받았다는 점이 참작돼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는 “롱바르는 본인이 실제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괴롭혔다는 혐의로 기소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만약 롱바르가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징역 1년에 1만5000유로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생리통으로 산부인과 갔는데, 임신부 오해할까…
‘출마’ 박근혜, 영등포 타임스퀘어 선택한 이유는…?
한국 ‘고래사냥’ 재개 방침에 전세계가 ‘발칵’
밀양 노인들 “소득도 없는데 죽으라카나” 한전에 분통
[화보] 통일대교에서 벌어진 화형식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