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해체 뒤 첫 민주적 권력교체
옛소련 연방 조지아(그루지야)에서 1일 치러진 총선 결과, 야권연합인 ‘조지아의 꿈’이 승리를 거뒀다고 <에이피>(AP) 통신이 2일 보도했다. 미하일 사카슈빌리(45)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생방송을 통해 여당인 ‘통합민족운동’(UNM)의 패배를 시인했다. 조지아의 꿈은 6개 정당이 뭉친 연합세력으로, 이 나라에서 가장 부자인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56)가 이끌고 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앞으로 새로운 여당이 내각을 구성하게 될 것이며 나는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를 돕겠다”고 말했다.
조지아는 내년 10월 사카슈빌리 대통령의 퇴임 이후 대통령 아닌 의회와 총리에게 대부분의 정치권력을 위임하는 의원내각제 형태의 정치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비비시>(BBC)는 “이번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은 1991년 소련 연방 해체 이후 조지아에서 처음으로 투표를 통한 민주적 권력 교체가 이뤄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 대통령인 사카슈빌리는 2003년 무혈혁명으로 부패한 독재자를 몰아낸, 이른바 ‘장미혁명’을 통해 집권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또한 외교 노선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사카슈빌리 대통령은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을 위해 애를 쓰며 친서방 노선을 견지해왔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에 파병도 했다. 하지만 러시아와는 2008년 두 나라 국경에 위치한 조지아 내 자치공화국 남오세티야의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닷새간 전쟁을 치를 정도로 사이가 나빴다.
반면 러시아에서 사업을 벌여 65조달러의 막대한 자산을 모은 이바니슈빌리는 친러시아 성향으로, 그동안 얼어붙었던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거기간 내내 ‘이바니슈빌리가 승리할 경우 조지아는 러시아의 앞잡이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그동안 이바니슈빌리는 ‘은둔형 부자’이자 ‘돈을 아끼지 않는 자선사업가’로 알려져 있었으나, 지난해 10월 “빈부격차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계에 입문했다. ‘조지아의 꿈’이란 이름은 그의 아들이자 래퍼 가수인 베라의 노래에서 따왔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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