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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독일의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 ‘거리에서 곧장 기차를~’

등록 2012-10-08 14:09수정 2012-10-08 15:49

프라이부르크는 세계적 환경 도시로 유명한 곳이다. 한국에서도 김해창 희망제작소 부소장의 <환경 수도 프라이부르크에서 배운다> 등 이 도시에 대한 책이 3권 정도 나와 있다. 한국 텔레비전 광고에서도 프라이부르크가 소개된 적이 있다. 아침에 학교 가는 길에 자전거를 탄 교사가 전차에 탄 학생들을 우연히 만나 나란히 달리면서 반가워하는 모습이었다. 그 인상적인 광고를 보고 프라이부르크를 꼭 가봐야지 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

프라이부르크를 가는 방법은 항공기, 기차, 버스, 자동차 등 여러 가지가 있을 테지만, 나는 기차를 타고 갔다. 밤 늦게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에 내려서 바로 역에 딸린 인터시티 호텔에 묵었다. 역에 딸린 호텔에 묵기는 그게 처음이었는데 역 주변은 지저분하다는 선입견과 달리 매우 깨끗하고 편리한 호텔이었다. 쇠퇴하는 도심을 살리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텐데, 한 아이디어로서 기차 역에 여행과 업무를 위한 중급 정도의 실용적인 호텔을 지으면 어떨까 한다. 보통 기차 역은 도심에 있으므로 도심을 여행하거나 출장을 오는 데 매우 편리할 것이다.


초라한 대전역(왼쪽)과 거대한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 건물.

저 건물 중 하나를 호텔로 바꾸면 어떨까?

특히 최근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면서 서울의 경우 도심의 호텔이 부족해 관광객들이 도시 변두리나 심지어 주변 도시에서 묵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에 있는 기차 역의 기존 시설이나 터를 이용하면 호텔을 비교적 손쉽게 마련할 수 있다. 보통 기차 역은 기차를 이용해 다른 도시와도 잘 연결되고, 전철이나 버스를 이용해 도시 안의 다른 지역과도 잘 연결된다. 대전 역 바로 옆에는 한국철도공사와 한국철도기술공단의 거대한 쌍둥이 빌딩이 있는데, 여유가 있다면 이 건물의 일부나 한 개 건물을 호텔로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쪽 고가 시설은 전차 역의 타는 곳이고, 아래쪽은 기차 역 타는 곳이다

프라이부르크 기차 역에서 편리한 것은 호텔만이 아니었다. 기차 역 자체가 매우 편리한 구조로 돼 있었다. 이 기차역에서 도심으로 들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전차를 타는 것인데, 이 전차 역은 이 기차역 위에 고가 형태로 놓여 있다. 따라서 프라이부르크 역의 타는 곳(플랫폼)에서 내려서 계단 하나를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타면 바로 전차 역이다. 유럽은 기차를 타고 내릴 때 표를 검사하지 않으므로 기차역에서 아무 거침이 없이 바로 전차 역으로 갈 수 있다. 전차 표는 전차 역 플랫폼의 자동 판매기에서 살 수 있다. 프라이부르크 도심에서 다른 도시로 가기 위해 기차 역을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표를 미리 구매했다면 전차 역에서 내려서 한 계단만 내려가면 바로 기차 역이다. 이용해보면 정말 편리하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의 전차 역으로 전차가 들어오고 있다

한국의 서울 역과 비교해보면 큰 차이가 있다. 서울 역에서 내려서 서울 안의 다른 지역으로 가려면 반드시 서울 역의 기다리는 곳(대합실, 맞이방)으로 일단 나가야 한다. 거기서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타는 곳으로 다시 이동해야 한다. 지하철은 1호선과 4호선 역이 멀리 떨어져 있으므로 방향을 잘 잡아야 하고, 버스와 택시는 역 앞의 환승센터나 역 뒤의 서는 곳(정류장)으로 가야 한다. 근데 이동 거리가 만만치가 않다. 물론 서울은 교통량이 많으니 버스나 택시, 지하철을 모두 기차역 플랫폼과 바로 연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하나 정도, 예를 들어 지하철 정도는 기차역 플랫폼에서 바로 이동할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프라이부르크 중앙역의 타는 곳(플랫폼)은 역 앞 거리에서 그냥 들어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프라이부르크 기차역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편리함은 주변 도로에서 기차 역의 기다리는 곳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기차 타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프라이부르크 기차역은 주변에 담장이 없으며, 건물이 둘러 있으나 건물 사이에 골목이 있어서 기차 역 앞 거리에서 타는 곳으로 수평으로 이동할 수 있다. 물론 타는 곳이 여러 개이므로 첫째 타는 곳만 수평으로 연결되고 둘째 타는 곳부터는 첫째 타는 곳에서 고가 계단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단 하나의 타는 곳이라도 아무 장애물 없이 거리에서 직접 연결된다는 점은 정말 놀라웠다.


프라이부르크의 전차 1호선

세계적인 환경 도시 프라이부르크가 자랑하는 교통수단은 앞서 말한 ‘전차’다. 프라이부르크에는 1, 2, 3, 5 등 네 가지 노선의 도심 전차가 있는데, 1, 3, 5 노선이 모두 중앙역을 지난다. 따라서 중앙역에서는 도시 안의 주요 지점으로도 쉽게 이동할 수 있고, 다른 도시로도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이 네 전차 노선은 도심 전체와 도시의 동서남북을 모두 연결한다. 물론 프라이부르크를 다니다 보면 이 네 노선 외에 다른 번호를 단 전차도 있었고, 버스도 있었다.


프라이부르크의 전차 3호선

프라이부르크에서 전차와 관련해 첫째로 놀란 일은 내가 묵은 인터시티 호텔에서 숙박자에게 무료 전차 표를 준다는 점이다. 이 호텔이 기차역 호텔이라서 무료 전차 표를 주는지, 아니면 다른 호텔에서도 주는지는 모르겠다. 표도 한두 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머무는 전체 기간에 이용할 수 있는 전차 표를 준다. 전차 표에는 내가 도착한 날짜와 떠나는 날짜가 적혀 있고, 타는 횟수는 무제한이다. 내 경우는 아이까지 세 명이었는데, 물론 세 명 전체가 무료다. 정말 입이 벌어지는 일이었다.


전차 표 자동 판매기

전차를 타고 프라이부르크 도심으로 들어가면 보통 베르톨츠브룬넨 역에서 내린다. 이 역은 네모 모양으로 된 프라이부르크를 다시 네 개의 네모로 나누었을 때 그 중심점이다. 그래서 이 역에는 네 개의 도심 전차 노선이 모두 지난다. 1호선은 서북쪽과 동쪽을, 2호선은 북쪽과 남쪽을, 3호선은 서남쪽과 남쪽을, 5호선은 서쪽과 동북쪽을 연결한다. 이 네 개 노선이 프라이부르크 교통의 간선으로 주요 도시 지역을 대부분 연결하고, 버스가 지선으로 도심 밖 지역을 구석구석 연결하고 있었다.


프라이부르크의 도심 베르톨츠브룬넨 역 네거리의 전차 전기선

베르톨츠브룬넨 전차 역은 이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갈아타는 역(환승역, 환승센터)이어서 사람들이 많고 붐볐다. 네거리 가운데에는 동상이 있었는데, 동상 아래로는 전차 선로가 그물처럼 놓여 있었고, 동상 위로는 전차 전기선이 역시 그물처럼 걸려 있었다. 그 네거리를 네 노선의 전차들이 자주 다녔는데, 전차들이 다니지 않는 동안은 사람들이 그 전찻길 위로 마구 걸어다녔다. 자동차는 거의 다니지 않았고 경찰차 정도만 다니고 있었다.


베르톨츠브룬넨 역 네거리 바닥의 그물같은 전차 선로

이렇듯 도심의 간선 도로에 전차와 사람만 다니니 도심과 도로는 쾌적하고 안전하고 편리했다. 통상 차가 다니는 도로가 더럽고 위험하고 불편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는 프라이부르크 시민과 시 정부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전차 선로는 전차가 다니지 않을 때는 인도나 다름없다

프라이부르크에서 쉽게 확인하는 일은, 사람과 자동차는 도로를 공유하기 어렵지만 사람과 전차는 도로를 공유한다는 사실이다. 왜일까? 다름 아니라, 전차의 속도와 선로 덕분이다. 자동차는 보통 도시에서 시속 30~60킬로미터로 달리며, 밤엔 속도가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전차는 시속 30킬로미터 안팎의 일정한 속도로 달린다. 또 자동차는 도로의 어느 곳으로나 달릴 수 있으나, 전차는 선로가 놓인 곳으로만 달릴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속도가 느리고 다니는 곳이 일정한 전차는 사람들이 그 움직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반면 속도의 변화가 크고 아무 곳으로나 다니는 자동차는 사람들이 그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더 어렵다. 그래서 대체로 전차는 사람과 길을 나눌 수가 있고, 자동차는 그러기가 어렵다.


전차가 다니는 도심 네거리 도로를 활보하는 시민들

전차가 프라이부르크 도시 성벽의 옛 남쪽 문(마르틴 토어)과 동쪽 문(슈바벤 토어)을 통과해 다닌다는 점도 놀라웠다. 우리로 말하면 남대문과 동대문을 관통해 전차가 다니는 것이다. 사실 과거 서울에서도 전차가 남대문과 동대문을 통과해 다녔는데, 나중에 두 문을 돌아서 다닌는 것으로 노선이 바뀌었다. 지금은 남대문과 동대문이 각각 국보와 보물 1호이기 때문에 여기를 통과해 전차가 버스가 다닌다면 아마도 문화재 전문가 가운데 난리칠 분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옛 모습을 간직한 프라이부르크에서는 전차가 아무렇지도 않게 수백년 된 성문을 통해 다닌다.


프라이부르크의 옛 성문을 통해 다니는 전차

베르톨츠브룬넨 역 네거리와 함께 프라이부르크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소는 뮌스터 성당 주변이다. 뮌스터 성당은 800년의 역사와 116m에 이르는 종탑이 유명하지만 성당 자체로는 다른 유명한 성당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뿐이다. 뮌스터 성당보다는 성당 주변 광장에 들어선 시장, 카페, 레스토랑들이 더 눈길을 끈다. 뮌스터 성당 터는 성당이 들어서기 전부터 시장이 있었던 곳이다. 그래서 낮에는 성당 주변으로 대규모 노천 시장이 선다. 소시지나 햄버거, 핫도그 등 먹거리를 파는 가게가 많고, 기념품점이나 꽃가게도 있다. 또 주변 건물과 연계한 음식점이나 카페들도 많다. 관광철이면 뮌스터 성당과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어 발디딜 틈이 없다.


뮌스터 성당 옆 광장 시장의 노천 음식점

뮌스터 성당 광장에는 시립 도서관도 있다. 이것은 뮌스터 성당 광장 북동쪽에 있는데, 서울로 치면 명동성당 옆에 시립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시끌벅적한 뮌스터 성당 광장 시장에서 한 발만 내디디면 바로 시립 도서관으로 들어갈 수 있고, 시립 도서관에서 한 발만 내디디면 다시 성당 광장으로 나올 수 있다. 도서관으로 들어가면 1층은 복층으로 서가가 있고, 지상과 지하를 합해 모두 4층으로 돼 있다. 우리는 도심이라면 소수의 관청 건물 외에 상업, 사무 건물이 대부분이지만, 프라이부르크에는 도심에 시립 도서관이 있다. 이것은 유럽 대부분의 도시가 마찬가지다.


뮌스터 성당 옆 시립 도서관의 내부

이밖에도 뮌스터 성당 광장 주변에는 지역 관청 건물과 카우프하우스, 대주교 궁전, 바덴 포도주의 집, 옛 성당 공방, 유대인 예배당(시나고그) 등 공공성이 높은 건물들이 가득하다.


프라이부르크 대학의 한 건물

대학 역시 도심에 있다. 도심을 네 개로 나눴을 때 남서쪽 덩어리(블록)에 대부분 지역이 프라이부르크 대학이다. 다른 이름은 알베르트 루트비히 대학이며, 1457년 세워졌고,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콘라트 아데나워 총리가 이 대학 출신이라고 한다. 오래된 대학치고는 대부분 건물이 새 건물이었는데, 옛 대학 건물은 길 건너 북서쪽 덩어리에 남아있다. 내가 간 날에도 대학 건물 앞 잔디밭에서는 한 행사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구경했는데, 이렇듯 대학의 위치는 도심의 활력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 앞 잔디밭에서의 행사. 대학은 도심에 있고 담장이 전혀 없다

역시 도심에 있는 시청에서는 결혼식이 열리고 있었다. 스키 애호가인지 손님들이 스키날로 통로를 만들어 신랑 신부의 축하하고 있었다. 여행 다큐를 보면 서양인들은 대체로 교회나 시청에서 혼례를 치르는데, 좋아 보였다. 한국에서는 혼례를 대부분 상업적으로 마련된 전문 결혼식장에서 치른다. 시청이나 구청 같은 공공 건물, 교회나 절 같은 종교 건물, 궁궐이나 감영, 서원, 향교 같은 역사적 건물에서 치르는 것을 장려하면 좋을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시청에서의 결혼식

마지막으로 프라이부르크에서 인상적인 것은 작은 수로인 베힐레였다. 예전에 수도 시설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차도와 인도 사이에 열린 하수도처럼 돼 있다. 지금은 그냥 구경하거나 아이들이 물장난을 하는 시설로만 쓰이는데, 프라이부르크의 작은 상징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 오세훈 시장 시절 서울시에서 이와 비슷한 수로를 대학로에 설치했다가 시민들이 빠지고 넘어지고 해서 지금은 거의 덮어버렸다. 외국에서 아무리 좋고 매력적인 시설이라고 해도 아무런 맥락도 없이 우리 사회에 만들면 이렇듯 골칫거리가 된다. 광화문 광장에도 비슷한 수로가 있는데, 이것 역시 그다지 자연스럽지 않다.


프라이부르크의 작은 상징 가운데 하나인 수로 베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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