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노벨평화상
대륙에 수여 논란…‘반유럽연합’ 여론 강한 노르웨이도 성과·의미 인정
대륙에 수여 논란…‘반유럽연합’ 여론 강한 노르웨이도 성과·의미 인정
“오래전에 받아야 할 영광이었다.”
유럽연합(EU) 출범의 초석을 닦은 프랑스 정치인 로베르 쉬망을 기리는 로베르쉬망재단의 장도미니크 줄리아니 의장은 12일 유럽연합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에 이렇게 평가했다. 그의 평가가 아니어도 유럽연합은 현대사의 가장 괄목한 만한 성과이자 실험이라는 평가가 많다. 갈등과 전쟁으로 점철된 국민국가 단위 중심의 기존 국제질서를 세계공동체 차원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결코 꿈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토르비에른 야글란 노벨위원회 의장이 이날 선정 이유로 “지난 60년 동안 평화와 화해, 민주주의와 인권에 기여”한 점을 꼽은 것처럼, 유럽연합은 인류사에서 가장 평화롭고 진보적이고, 장기적인 평화를 누리는 체제를 구축했다. 특히 인류사에서 가장 끔찍한 1, 2차 세계대전의 당사자들인 프랑스와 독일이 힘을 합쳐 이런 성과를 이끌어낸 것은 대단한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유럽연합의 평화상 수상은 역대 수상자들에 비해 그 무게감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다만, 평화상이 최근 정치인이나 조직 등에 수여돼 신선감과 감동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 선정은 이런 논란을 더 부추길 소지가 있다. 2009년 미국 현직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에게까지 수상된 평화상이 이번에는 지구상의 최대 조직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유럽연합에까지 수여되며 너무 안이하다는 지적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노벨위원회가 유럽연합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은 출범 이후 유로존 위기라는 최대 난관에 처한 이 기구에 대한 국제적 지원과 격려의 뜻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도 일제히 유럽연합의 노벨평화상 수상 자체보다는 그 시점에 방점을 찍는 보도를 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유럽의 연대가 가장 거센 도전을 받는 시점에서 수상이 더 놀랍다”고 보도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유럽연합의 회원국인 그리스 등 남쪽 국가들이 극심한 경제난을 겪으며 탈퇴의 지경에 몰려 있어, 유럽연합은 출범 20년 만에 해체가 거론될 정도로 최대 위기에 봉착해 있다. 유럽연합 자체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진단까지 나오면서, 유럽내 부국과 빈국 사이 갈등도 점증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놓인 유럽연합에 노벨평화상을 주는 것은, 기존 성과를 결코 무위로 만들 수 없다는 국제적 평가와 의지를 나타낸 것이다. 특히 두번이나 유럽연합 가입 국민투표를 부결시켰고 반유럽연합 여론이 강한 노르웨이에서 이런 결정이 이뤄진 것은 유럽연합의 성과가 유럽 대륙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인지 새삼 강조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야글란 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노르웨이는 유럽연합을 반대하면서도, 동시에 유럽연합이 유럽에서 수행한 평화구축 역할을 인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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