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베레조프스키(67)
영국 런던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언론 “경찰, 독살 가능성 조사”
재정난 탓 자살했을 수도 있어
언론 “경찰, 독살 가능성 조사”
재정난 탓 자살했을 수도 있어
옛 소련 붕괴 뒤 러시아의 신흥 재벌 ‘올리가르히’의 원조로 불려온 보리스 베레조프스키(67)가 23일 런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베레조프스키는 1990년대 러시아 정·재계의 실력자로 명성을 날렸다.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였던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의 집권에도 큰 구실을 했다. 그러나 그가 ‘권력 브로커’로서 전횡을 일삼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긴 푸틴이 권력을 강화한 뒤 탄압에 나서자 베레조프스키는 2000년 영국으로 망명했다. 베레조프스키는 이후 반푸틴의 선봉에 섰고, 러시아 당국의 지명수배를 받았다.
그는 자신의 운전기사가 폭탄테러로 숨지는 등 수많은 암살 위협에 시달렸다. 이런 사정 탓에 그가 러시아 정보 요원에 의해 암살당했으리라는 추측이 나돈다. 실제로 런던 경찰은 그의 집에 독극물 전담 수사팀을 보내는 등 독살 가능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이 24일 전했다.
독살 의혹이 제기되는 데엔 이유가 있다. 베레조프스키의 절친이기도 한 케이지비 전직 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는 2006년 런던의 한 카페에서 녹차를 마신 뒤 죽었는데, 사인이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 중독으로 드러났다. 리트비넨코는 푸틴이 옛 국가보안위원회(KGB) 당국자로 있던 당시 반정부 인사 암살 음모를 폭로한 뒤 2000년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다. 베레조프스키는 리트비넨코의 독살 배후에 케이지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크레믈 대변인은 “베레조프스키가 최근 푸틴 대통령에게 용서를 빌며 러시아로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편지를 썼다”며, 그의 죽음에 러시아 당국이 개입했으리라는 의혹을 일축했다.
베레조프스키가 지난해 영국 프로축구 명문팀 첼시 구단주인 로만 아브라모비치와의 소송에서 져 변호사 비용 등으로 47억달러를 날리는 등 재정난에 시달리다 자살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는 죽기 전날 <포브스> 기자와 만나 “나의 삶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 많은 것들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고,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해 오랜 망명생활로 인한 외로움을 호소했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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