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개국 조문단 2300여명 참여속 장례식 열려
런던 도심 3㎞ 차단벽…지지·반대자간 다툼도
런던 도심 3㎞ 차단벽…지지·반대자간 다툼도
17일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장례식이 열렸다.
오전 10시, 운구행렬이 런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을 출발했다. 전날 의사당 지하 예배당에 옮겨졌던 관은 영국 국기에 쌓인 채 세인트폴 대성당을 향했다.
포차에 올려진 관을 왕실 기마 포병대가 끌었다. 포클랜드전에 참전한 퇴역 군인을 비롯한 10명의 군인이 곁을 따랐다. 그들은 세인트폴 대성당에 이르러 관을 직접 운구했다. 대처 총리 시절, 포클랜드 영유권을 두고 영국과 전쟁을 벌인 아르헨티나의 주영 대사는 이날 장례식 참석을 거부했다.
오전 10시부터 1분마다 런던탑에서 예포가 울렸다. 평소 15분마다 울리던 의사당의 시계탑(빅벤)은 장례식 내내 타종을 멈췄다. 선두에 선 군악대의 북에는 검은 천이 덮였다.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마지막 길을 지켜봤다. 꽃을 던지거나 거수경례를 올리는 시민들이 <시엔엔>(CNN) 방송의 생중계 화면에 잡혔다. 또다른 시민들은 운구행렬이 지나갈 때에 맞춰 등을 돌렸고, 일부는 관을 향해 우유·달걀 등을 던지기도 했다고 현장에 있던 <시엔엔> 기자는 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지자와 반대자끼리 현장에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87살을 일기로 숨을 거둔 ‘철의 여인’의 마지막 길도 논란의 한복판에 있었다.
오전 11시,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장례의식이 시작됐다. 대처 전 총리의 19살 손녀 어맨다 대처와 데이비드 캐머런 현 보수당 정부 총리가 성경 구절을 차례로 낭송했다. 리처드 차터스 영국 성공회 런던 대주교가 추모사를 했다. “대처는 폭풍 같은 논란의 한가운데 있었으며 상징적 인물, 심지어 어떤 주의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여기에서 고인은 우리 인간 가운데 한명으로 누워 있을 뿐입니다.”
대주교가 굽어보는 자리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부부가 앉아 있었다. 여왕은 1965년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장례식 이후 48년 만에 총리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존 메이저, 고든 브라운 등 전임 영국 총리를 비롯해 전·현직 국회의원 100여명이 자리를 지켰다.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딕 체니 전 미국 부통령,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 170여개국의 조문단 2300여명도 함께했다. 한국에선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특사로 참석했다.
이날 장례식은 약 1000만파운드(약 172억원)를 들여 국장과 다름없는 절차로 치러졌지만 공식적으론 국장이 아니었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고 국론을 분열시킨 대처 전 총리의 장례식에 막대한 국고를 쓰는 데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300여명의 시위대는 이날 운구행렬이 지나는 동안 “돈 낭비”라고 외치며 야유했다.
런던경찰청은 장례식장 주변에 저격수를 비롯한 4000여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운구행렬이 지나는 3㎞의 도로에는 철제 차단 울타리가 설치됐다. 북아일랜드 분리주의자들의 테러와 노동자·대학생의 시위를 우려한 대비였다. 재임 시절 대처는 북아일랜드 독립을 요구하는 세력과 국영기업 민영화를 반대하는 노동조합 등을 강경 탄압했다.
철통 보안 속에서 장례식은 별다른 충돌 없이 낮 12시께 끝났다. 시신은 화장된 뒤 남편 데니스 대처의 묘가 있는 왕립첼시안식원으로 옮겨졌다. 1991년 정계를 은퇴한 대처 전 총리는 2003년 남편이 사망한 뒤 외부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이날 오후 ‘철의 여인’은 남편의 곁에 누워 흙으로 돌아갔다.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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