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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교황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비정한 삶이 펼쳐지고 있다”

등록 2013-05-17 14:56

“돈에 대한 숭배와 시장의 압제가 인간의 삶을 억누르고 있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세계 지도자들을 향해 “돈 숭배를 중단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더 일을 하라”고 촉구했다.

교황은 16일(현지시각) 바티칸을 방문한 세계 대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자유시장경제가 사람들을 오직 소비 능력으로 판단하는 제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고 영국 방송 <비비시>(BBC) 등이 전했다. 교황은 “돈은 (사람을) 섬겨야지, 지배해서는 안 된다”며 윤리적인 금융 개혁을 촉구했다.

교황은 “잘 사는 나라나 못 사는 나라 할 것 없이 인간의 삶은 더욱 나빠졌다. 금송아지를 숭배하는 비정한 삶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람들이 경제적 독재 아래에서 인간의 존엄과 품위를 상실한 채 단순히 삶을 연명하고 있다”며 개혁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교황은 이어 “오늘날 인간은 쓰고 내버려도 될 소비재로 여겨진다”며 “빈자의 소중한 자산인 연대는 금융과 경제의 논리에 반하는 비생산적인 것으로 간주되고, 소수의 소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다수는 무너지고 있다”고 개탄했다.

교황은 이런 현상의 원인으로 “이런 불균형은 시장의 무제한적 자율성과 투기적 금융을 떠받치며 국가의 통제권을 부정하는 이데올로기에서 기인한 것”이라며 “새로운 압제(tyranny) 체제가 확립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교황은 더불어 세계에 만연한 부패와 조세 회피 등을 언급하며 “이러한 태도 뒤에는 윤리를 거부하고, 나아가 신을 거부하는 태도가 숨겨져 있다”고 꼬집었다.

전임 교황 베네딕토 16세에 이어 3월13일 교황에 취임한 프란치스코는 아르헨티나에서 추기경으로 활동할 때부터 가난 퇴치에 힘써왔다. 그는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의무를 지고 있다”고 강조해왔다. 그는 세계 12억 가톨릭 신자들을 향해 “나는 교회 스스로 가난하고, 가난한 자들을 위한 교회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교황은 지난 1일 노동절 때도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의류공장 화재 참사를 겨냥해 “인간의 존엄은 돈이 아닌 노동으로 형성된다”며 자본주의의 폐해를 지적한 바 있다.

한편, 바티칸은 이날 돈세탁 혐의를 받아온 바티칸은행을 개혁하려는 첫 조처로 앞으로 회계감사보고서를 내겠다고 밝혔다. 바티칸은행이 외부 회계법인에 의뢰해 회계감사를 받는 것은 바티칸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2월 제이피모건이 이탈리아 밀라노 지사에 있는 바티칸 은행계좌를 투명성 부족을 이유로 동결했고, 그해 3월에는 미국 국무부가 바티칸을 ‘돈세탁 우려국’ 명단에 포함시켰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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