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물 몰래 버리다 들킨 것만 1000건
경고·벌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대처정권 수도 사영화 폐해” 비판
경고·벌금 ‘솜방망이’ 처벌에 그쳐
“대처정권 수도 사영화 폐해” 비판
영국의 수도 사영화 정책으로 탄생한 생수 기업과 이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영국의 강과 해변을 오염시키는 주범으로 드러났다.
‘템즈 워터’를 비롯한 영국 10대 생수 기업들은 지난 9년간 1000여건의 오염 행위를 저질렀지만, 벌금은 고작 350만파운드(약 59억6000만원)만 냈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옵저버>가 3일 보도했다. 1000여건 가운데 3분의 1인 330여건은 벌금을 냈지만, 나머지는 경고 처분만 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벌금을 가장 많이 낸 기업은 템즈 워터로, 2005~2013년 87건에 대해 84만2500파운드를 냈다. 생수 기업들은 하수처리 뒤 남은 오물을 항구에 몰래 버리고 관련 기록을 없애는 수법으로 수질이 나빠진 사실을 은폐했다. 이는 <옵저버>가 영국 환경당국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확보한 자료에서 확인됐다.
<옵저버>는 적발된 생수 기업들에 대한 벌금이 너무 적은 것도 오염 행위를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해마다 수십억파운드의 순수익을 거두는 생수 기업들한테 고작 수백만파운드의 벌금은 단순 비용으로만 인식된다는 것이다. 고가의 하수처리 시설을 도입하는 것보다 벌금을 내는 게 더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환경감시위원회(EAC)의 존 왈리 의장은 “생수 기업들은 벌금을 오염 행위에 대한 면죄부로 여긴다”고 꼬집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양호하던 영국 해안의 수질은 최근 유럽연합(EU) 기준에 못 미칠 정도로 악화했다고 잡지가 전했다.
마거릿 대처 총리 때 도입된 영국의 수도 사영화 정책의 실패라는 지적도 나온다. 생수 기업들은 물값을 비싸게 받아서 엄청난 수익을 낸 뒤 주주들에게 거액의 배당금을 지급하면서도 세금은 거의 내지 않고 있다. <옵저버>는 영국 3대 생수 기업들이 지난해 세금을 거의 내지 않거나 아예 내지 않았지만, 경영진과 투자자들한테는 거액의 보너스와 배당금을 주고 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생수 기업들은 2010~2011년 동안 105억파운드(약 17조8841억원)를 벌었다. 이들의 매출은 2013~2014년에 3.5%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