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총리 메르켈은 누구
원전철폐·징병제 폐지·복지 강화
‘따뜻한 보수’로 영국 대처와 달라
원전철폐·징병제 폐지·복지 강화
‘따뜻한 보수’로 영국 대처와 달라
* 무티 : 엄마
1990년 독일 통일 뒤, 30대 중반의 동독 출신 과학자이던 앙겔라 메르켈이 헬무트 골 총리한테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을 때 그의 오늘을 예측한 사람은 없었다. 무명의 정치인이던 메르켈은 쟁쟁한 남성 정치인들을 잇달아 무릎 꿇리며 2000년 기독민주당(기민당) 당수가 됐고, 2005년에는 독일의 첫 여성 총리이자 첫 동독 출신 총리가 됐다. 이번 총선 승리로 사실상 3선 총리를 예약했다. 그가 2017년까지인 임기를 마치게 되면,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11년 기록을 뛰어넘어 유럽 최장수 여성 총리가 된다.
목사의 딸로 동유럽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메르켈과 영국 소도시의 식료품 가게 주인의 딸로 태어난 대처는, 밑바닥에서 시작해 남성중심적 정치판에서 최고 권력을 쥐었다는 점에서 자주 비교돼 왔다. 하지만, 대처와 닮은 점보다는 차이점에서 메르켈의 성공 비결이 드러난다.
대처 전 총리가 자신의 ‘원칙’을 앞세우며 야당과 노조 등 반대 세력을 탄압하는 비타협 강경노선을 구사한 것과 달리, 메르켈 총리는 좌파 등과도 연정을 구성하고 사회적 약자, 노조, 반대파를 포용하는 화합과 타협의 지도력을 보여왔다. 메르켈은 우파 정치인이지만 때론 야당의 진보적 정책도 과감하게 수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독일의 원자력 발전소 폐기를 결정했고, 징병제 폐지, 가정복지 강화 등 사민당과 녹색당의 정책을 차용했다.
때문에 무절제한 시장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라는 평가도 받는다. 복지예산 삭감, 국영기업 사영화, 노조 무력화 정책을 밀어붙인 대처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비비시>(BBC)는 “메르켈은 (사회주의) 동독 출신으로서 사회적 연대 및 노조와 협력에 대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동의와 합의를 이끌어내며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대처는 공공 임대주택들을 팔아치웠지만, 메르켈은 임대료 상한제를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메르켈의 또 다른 면모는 숙고하는 차분한 지도력이다. 비판자들은 메르켈이 비전이 없고 지나치게 따분하고 무난한 통치 스타일이라고 비난하지만, 독일 국민은 유로존 경제위기의 혼란 속에서 냉정하고 침착한 모습으로 독일 경제를 이끈 메르켈에게 환호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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