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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메르켈 효과’ 주효…기민·기사당, 과반 안돼 좌파와 연정 불가피

등록 2013-09-23 20:27수정 2013-09-23 22:37

3선 배경과 전망

경제위기 무난한 대처 민심얻어
41.5% 득표해 의석 311석 확보
자민당 참패로 ‘보수연정’ 불가
절반 넘은 좌파와 내각 꾸려야

제2당 사민당과 대연정할 경우
긴축재정 등 경제정책 수정해야
22일 총선을 앞두고 독일 집권 기독민주당(CDP·기민당)·기독사회당(CSU·기사당)이 선택한 선거운동 전략은 하나로 요약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애칭인 ‘무티’(엄마)를 전면에 내세운 게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유로존을 강타한 경제위기의 파고를 헤쳐온 메르켈 총리의 ‘무던하고도 강한 어머니’ 이미지는 유권자의 표심을 깊고 넓게 파고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기민·기사당은 41.5%의 득표율을 올려, 2009년 총선에 견줘 무려 72석이 늘어난 311석을 확보했다. 메르켈 총리가 치른 세차례 총선 가운데 최고의 성적이다. 2005년과 2009년 9월 치러진 총선에서 기민·기사당은 각각 35.2%와 33.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앞선 총선에서 기민·기사당이 최고 성적을 기록한 때는 독일이 통일의 열기로 들뜬 1990년 12월이다. 헬무트 콜 총리가 이끈 당시 선거에서 기민·기사당은 통독 이전 동독 지역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득표율 43.8%로 319석을 차지했다. 독일 의회(분데스타그)는 유권자가 직접 선출하는 지역구 의석과 정당 명부식 비례대표 각각 299명씩과, 지역구 의원을 3명 이상 배출하거나 정당 지지율이 5%를 넘은 정당에 배정된 의석을 합해 모두 630석으로 구성된다.

애초 ‘역대 최저 기록을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던 이번 총선의 최종 투표율(71.5%)이 예상을 깨고 2009년 총선 수준(70.8%)을 웃돈 것도 ‘메르켈 효과’란 분석이 많다. <슈피겔>은 22일 “어찌보면 단조롭기 그지없는 ‘엄마가 가장 잘 안다’는 식의 선거운동이 주효했다”며 “(경제위기의 시대에) 독일 유권자들이 원한 건 (의지할 수 있는) 어머니였는지 모른다”고 짚었다.

그렇다고 메르켈 총리의 ‘집권 3기’로 가는 길이 탄탄대로인 것만은 아니다. 지난 4년에 대한 유권자의 후한 평가도, 단독정부 구성을 위한 과반 의석(316석)까지는 이르지 못한 탓에, 차기 정부 출범에 앞서 연립정부 구성을 위한 협상에 나서야 한다. 메르켈 총리가 22일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일단 오늘은 축하부터 하자”고 언급한 것도, 향후 연정 구성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기민·기사당 주도의 연립정부에 단골처럼 참여해 온 친 기업 성향의 자유민주당(FDP·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948년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를 맛봤다.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자민당은 정당 지지율도 4.7%에 머물러, 단 1석도 건지지 못하고 원외 정당으로 전락했다. 역시 보수 성향으로 ‘또 다른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 신생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 도 4.6%의 지지를 얻는데 그쳐, 원내 진입에 실패했다. ‘보수연정’은 불가능해졌다는 얘기다.

기민·기사당을 빼면, 차기 독일 의회는 진보정당 일색이다. 중도 좌파인 사회민주당(SDP·사민당)이 192석으로 원내 제2당에 올랐고, 2009년 총선에 견줘 의석이 줄긴 했지만 좌파당과 녹색당도 각각 64석과 63석을 기록했다. 이들 3개 정당의 의석을 합하면, 과반인 319석에 이른다.

그래서다. 벌써부터 “안정적인 정국 운영을 위해 원내 제2당인 사민당과 ‘대연정’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에 대해 피어 슈타인뷔르크 사민당 대표는 22일 “공은 메르켈 총리의 코트에 있다”고 말했다. <슈피겔>은 23일 인터넷판에서 “사민당이 연정에 참여한다면, 메르켈 총리가 추진해 온 ‘긴축재정’을 뼈대로 한 경제정책의 수정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럴 경우, 보수진영 내부의 반발을 불러 자칫 정국 불안 요소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짚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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