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6000파운드로 올리자고 주장
“교육예산 확보 노력을” 반론도
“교육예산 확보 노력을” 반론도
품질이 좋은 상품은 대체로 값이 비싸다. 대학도 비쌀 수록 좋은 대학일까? 영국 명문 옥스포드대학교의 앤드류 해밀턴 부총장은 ‘그렇다’고 주장한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들은 8일 해밀턴 부총장이 교내 연례 연설에서 “좋은 대학은 학생들에게 훌륭한 교육을 제공하는 만큼, 등록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1997년까지 무상이었던 영국 대학 등록금은 그 해에 연간 1000파운드(약 172만원)로 유료화된 이후, 2012년 9월엔 상한선이 9000파운드(약 1550만원)까지 가파르게 올랐다. 옥스포드대를 포함한 대부분의 영국 대학은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올린 상태다.
해밀턴 부총장은 “등록금 상한제 시행으로 일부 대학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 수준보다 되레 높은 등록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옥스포드 같이 교육 수준이 높은 대학에선 사정이 전혀 다르다”며 “현재 옥스포드가 제공하는 교육 수준을 고려하면 등록금이 적어도 1만6000파운드까지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지원하는 학자금 융자제도를 큰 폭으로 확대하면 등록금을 올려도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값비싼 등록금은) 미래를 위한 훌륭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샐리 헌트 영국 대학교직원노조 사무총장은 <텔레그래프> 인터뷰에서 “대학이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해밀턴 부총장의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영국의 교육예산이 국제 평균보다 턱없이 낮기 때문”이라며 “영국의 등록금은 이미 유럽에서 가장 비싼 수준인 만큼, 해밀턴 부총장은 등록금 인상을 말할 게 아니라 교육예산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인디펜던트>는 9일 영국에서 손녀·손자의 대학 학자금을 대주는 할머니·할아버지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노령층 전문 정보업체 ‘키리타이먼트솔루션스’가 내놓은 자료 내용을 따, “대학 등록금이 큰 폭으로 뛰면서 현재 3% 수준인 조부모의 학자금 지원 비율이 향후 10년 안에 13%까지 높아질 전망”이라며 “55살 이상 연령대는 앞으로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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