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고교생 수천명 항의시위
우파정권서 시작된 난민추방
사회당 집권 이후 외려 가속도
우파정권서 시작된 난민추방
사회당 집권 이후 외려 가속도
내년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외국인 혐오증을 부추기는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에서 불법 이주민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거세지고 있다. 지난 9일 강제추방된 ‘집시’ 소녀 레오나르다 디브라니(15) 사건이 도화선이 됐다.
<메디아파르> 등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학교 현장학습에 참석한 디브라니는 지난 9일 스위스와의 국경지대인 프랑스 동부 두 부근에서 동급생들이 보는 앞에서 경찰에 체포돼 출생지로 알려진 코소보로 당일 추방됐다. 앞서 그의 부모와 생후 17개월 된 막냇동생을 포함한 형제자매 5명도 강제추방됐다.
이런 사실이 지난 16일 주간 <누벨 옵세르바퇴르> 등의 보도로 알려지면서, 여론의 비난이 빗발쳤다. 파리의 고교생 수천명은 18일 20여개 학교 출입문을 봉쇄한 뒤 거리로 몰려나와 디브라니 가족의 귀환을 촉구하며 거센 시위를 벌였다. 집권 사회당 내부에서도 뱅상 페용 교육부 장관 등이 나서 “학교는 성역이 돼야 한다. 인간애와 권리라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며, 경찰의 막무가내식 체포·추방을 비판했다.
파장이 커지자 마뉘엘 발스 프랑스 내무장관은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19일 발표된 24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내무부 쪽은 “디브라니 가족 체포·추방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대응방식이 신중하지 못했을 뿐, 추방 자체는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며 “레오나르다 디브라니가 학교 생활을 지속하기를 원한다면, 프랑스 재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올랑드 대통령은 “가족들은 함께 돌아올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에 대해 코소보 북부 미트로비차의 임시거처에 머물고 있는 디브라니는 <에이피>(AP) 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여긴 낯선 나라고, 프랑스의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서도 “가족을 버리고 혼자 귀국할 순 없다”고 말했다.
우파인 니콜라 사르코지 정권에서 시작된 프랑스의 ‘로마 주민(집시) 추방정책’은 좌파인 올랑드 대통령 집권 이후 되레 속도를 내고 있다. 국제앰네스티는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프랑스 전역에서 집시에 대한 체포·추방 사례가 지난해에 견줘 큰 폭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12년 한해 추방된 이들이 1만1982명을 기록했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강제 추방자가 1만174명에 이른다는 게다.
앞서 발스 내무장관은 지난달 24일 “로마 주민(집시)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자는 얘기는 환상”이라며 “그들은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이며, 고향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해 파문을 불렀다. 당시 <파리지앵> 등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응답자의 77%가 발스 장관의 발언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 매체가 19일 내놓은 최신 여론조사 결과, 디브라니 가족의 귀국에 반대한다는 응답이 65%를 기록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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