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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우크라이나 시위, 옛소련 6개국 행보 가른다

등록 2013-12-02 20:21수정 2013-12-02 21:38

EU의 ‘동반자 계획’ 참여 요구가
탈러시아 분위기 불지피는 효과
몰도바·조지아도 EU와 협정추진
유럽연합(EU)의 ‘동방 동반자 계획’에 참여하라고 정부를 압박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의 대규모 시위 사태로 서유럽과 러시아 사이의 지정학적 관계까지 요동치고 있다. 옛 소련의 서쪽 공화국 대부분이 유럽연합의 영향력에 흡수될지, 이번 사태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26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럽연합과 교류협정 조인을 유보한 것에 항의하는 시위대 등 야권 세력들은 2일 정부 쪽과 대화에 나섰다. 시위대는 2일 수도 키에프의 독립광장에 캠프를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으며, 일부 시위대는 시청을 점거했다. 1일 전국적으로 최대 50만명(추정치)이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고, 일부 시위대는 불도저를 이용해 대통령궁으로 이어지는 도로의 봉쇄망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최근 시위 사태 속에 비서실장이 사임하고 여당 의원들이 탈당하는 등 정치적으로 고립된 상태다. 시위대들의 봉쇄로 물리적으로도 운신이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옛 소련 시절의 자산을 이용해 부를 불린 올리가르히 등 재계 특권층도 정부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시위대 쪽에서는 단순히 특정 정치인이나 정권의 퇴진만이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과거 청산과 미래 진로에 대한 선택을 요구하는 분위기다. 2004년 야누코비치 현 대통령의 하야를 몰고온 오렌지혁명이 우크라이나의 민주화를 요구하는 것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우크라이나가 소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서유럽과 통합하려는 또 다른 혁명이라고 <뉴욕타임스>는 해석했다.

이번 사태의 단초가 된 유럽연합과 교류협정 유보에는 러시아의 압력과 야누코비치의 친러시아 성향이 깔려있다. 하지만 야누코비치가 유럽연합과 러시아 사이에서 협상력을 제고하려는 카드란 측면도 있다. 유럽연합은 몇년 전부터 ‘동방 동반자 계획’에 따라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몰도바·벨라루스·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젠·조지아 등 옛 소련의 서쪽 6개 공화국과 무역 확대 및 교류협정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지난해 여름 우크라이나와 교류협정을 맺기로 잠정 합의하고, 지난 28~29일 협정에 조인할 계획이었으나 불발됐다. 러시아는 지난해 8월 이후 우크라이나로부터의 수입을 중단해 올해 하반기 약 25억달러의 손실을 우크라이나에 안기며 압력을 넣었다. 이에 야누코비치는 “우리 이익이 충족돼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되면, 협정 조건을 다시 협상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제조업 수출의 75%를 소화하는 러시아와 무역 손실을 보장할 방안을 유럽연합에 요구하는 한편, 러시아에도 당근을 내놓으라는 카드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야누코비치의 이 조처는 우크라이나에 잠재하던 반러시아, 친서방 분위기에 불을 지르는 역효과를 냈다. 이는 옛 소련 서쪽 6개 공화국의 나머지 국가들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몰도바와 조지아는 유럽연합과 협정 조인을 협상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집권 이후 옛 소련 공화국들에 대한 영향력을 복원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번 사태가 서쪽 6개 공화국 모두가 영향권을 벗어나는 기폭제가 될지 우려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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