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국제 유럽

우크라이나 ‘제2의 오렌지혁명’…하룻새 야권세상으로

등록 2014-02-23 20:19수정 2014-02-23 22:21

반정부시위 석달만에 야권 ‘완승’
대통령 탄핵…권한대행 체제로
수감중 티모셴코 전 총리도 석방

티모셴코 “모두 영웅”…대선 출마뜻
미·EU “환영”-러 “야권의 난동”
석달을 끌어온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 사태가 극적인 클라이맥스로 치닫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의회의 탄핵을 받았고,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다. 수감돼 있던 그의 최대 정적 율리야 티모셴코 전 총리는 석방됐다. 중무장한 진압경찰이 지키고 섰던 대통령 관저를 비롯한 수도 키예프의 주요 공공기관을 예외없이 시위대가 접수했다. 그야말로 하루아침에 세상이 바뀌었다.

23일 <로이터>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의회는 22일 저녁 인권침해와 직무유기 등의 책임을 물어 야누코비치 대통령 탄핵안을 상정해 참석 의원 380명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여당인 ‘지역당’ 소속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또 대통령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을 총리와 의회가 나눠 갖는 내용을 뼈대로 한 2004년 헌법을 부활시키는 한편, 5월25일 조기 대선을 치르기로 했다. <뉴욕 타임스>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등에서 철통 경비를 서던 군경이 감쪽같이 자취를 감췄다. 키예프의 주요 공공기관 주변에선 시위대가 자체적으로 치안을 유지하며 약탈 행위를 막고 있다”고 전했다.

의회는 2011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7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던 티모셴코 전 총리 석방 결의안도 통과시켰다. 2004년 이른바 ‘오렌지 혁명’을 통해 야누코비치의 집권을 좌절시킨 그는 2010년 대선에서 야누코비치한테 진 뒤 ‘정치적 보복’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그간 동부 하리코프의 수감시설 병원에서 지내온 그는 석방 직후 키예프로 날아와 독립광장을 가득 메운 10만 인파 앞에서 “조국의 암적 존재를 떨쳐낸 여러분 모두가 영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척추 디스크 악화로 휠체어를 탄 채 연단에 선 그는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원하는 모든 일을 이룰 때까지 누구도 광장을 떠나선 안 된다”고 호소했다. <가디언>은 티모셴코가 이미 5월 조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고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의회는 이날 오전 여당 소속인 볼로디미르 리바크 의장을 대신해 최대 야당인 ‘조국당’ 부대표로 티모셴코 전 총리의 측근인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의원을 새 의장으로 선출했다. 야당 쪽은 리바크 의장이 건강을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고 밝혔지만, 여당 쪽은 그가 반정부 시위대에 폭행을 당한 뒤 강제로 사임했다고 반박했다. 이날 의회는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한 책임을 물어 내무장관과 검찰총장 해임안도 통과시켰다.

애초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18일 이후 이틀 만에 80여명이 목숨을 잃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야권과 타협에 나섰다. 20일엔 프랑스·독일·폴란드 등 유럽연합(EU) 3개국 외무장관의 중재로 △과도정부 구성 △대통령 권한 축소 △12월 조기 대선 등 타협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시위대와 야권의 반발이 그치지 않자, 그가 21일 밤 전격적으로 수도 키예프를 떠나 자신의 지지 기반인 동부 하리코프에 도착했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전했다.

그는 22일 현지 방송을 통한 연설에서 “의회의 쿠데타가 임박해 서둘러 키예프를 떠나야 했다. 1930년대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나치가 권력을 장악한 과정이 고스란히 재현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으로서 조국의 분열과 추가 유혈사태를 막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하겠다. 우크라이나를 떠날 생각이 없으며, 절대 사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쪽에선 그가 수행원들과 함께 현지 공항을 통해 러시아로 출국하려다 국경수비대의 제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시엔엔>(CNN) 방송은 국경수비대 관계자의 말을 따 “대통령과 수행원들이 도네츠크에서 이륙 허가 서류를 확인하는 조사관에게 뇌물을 주려다 거부당했다”고 전했다.

이날 미국과 유럽연합 쪽은 각각 성명을 내어 티모셴코 전 총리의 석방을 환영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스스로 미래를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야누코비치 정권을 지지해온 러시아 쪽은 “유럽연합 쪽이 야권 지지자들의 ‘난동’을 제어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우크라이나 의회는 23일 회의를 속개해 투르치노프 신임 의장이 오는 5월 대선 때까지 대통령 권한을 대행하도록 결정했다. 이날 일부 여당 의원들은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유혈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국제 많이 보는 기사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1.

트럼프 ‘호주 관세 예외’에 일본 “우리 철강·알루미늄도” 기대감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2.

‘누가 뭐래도 내가 실세’...트럼프 앉혀두고 오벌오피스에서 브리핑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3.

트럼프, 요르단 국왕에 대놓고 “미국이 가자지구 가지겠다”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4.

D-30, 트럼프 철강 관세 실행 …BBC “한국도 영향 불가피”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5.

“이혼해도 가족”…데미 무어, 치매 브루스 윌리스 매주 찾아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