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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우크라이나 ‘제2혁명’ 이후…러-서방 갈등 다시 불붙나

등록 2014-02-24 20:11수정 2014-02-25 08:34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최근 유혈충돌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물에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지 하루 만인 23일 의회가 과도정부를 이끌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명하는 등 권력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2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서 최근 유혈충돌로 숨진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물에 시민들이 헌화하고 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축출된 지 하루 만인 23일 의회가 과도정부를 이끌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명하는 등 권력 공백을 메우려는 움직임이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키예프/AFP 연합뉴스
유혈사태서 승리한 친서방 세력
‘러어 공식어’ 폐지 등 반러 성향 표출
러, ‘흑해기지’ 등 핵심이익 우려 커져
미·EU “러와 협력” 달래기 나섰지만
러 “새정부에 달렸다” 개입 경고음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와 서방 사이의 지정학적 균형을 뒤흔드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우크라이나의 반정부 시위와 유혈 사태는 일단 유럽연합(EU) 가입을 지지하는 친서방 세력의 승리로 귀결됐다. 올렉산드르 투르치노프 대통령 권한대행은 23일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유럽 국가들의 ‘가족’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의 전통적인 앞마당인 우크라이나가 서방으로 급속히 기우는 셈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주요 대외 수입원인 가스관 등이 지나는 곳인데다, 흑해 연안의 크림반도에는 러시아의 흑해함대 기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옛 소련 시절의 자치공화국 가운데 최대 국력을 가진 우크라이나가 친서방으로 완전히 변모한다는 사실 자체가 러시아에는 재앙이다. 러시아의 서쪽 국경선 절반이 서방에 직접 노출되게 된다. 더욱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흑해와 카스피해 주변의 이슬람계를 비롯한 소수민족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카스피해 주변의 석유와 가스 등 러시아의 사활적인 전략자원 통제도 위태롭게 된다.

러시아한테는 2004년 우크라이나의 친러시아계 권위주의 정부를 무너뜨린 ‘오렌지혁명’ 때보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유럽연합 가입을 고리로 우크라이나가 서방 쪽이냐 러시아 쪽이냐를 선택하는 힘겨루기였다. 승리한 친서방 세력은 그 관성에 따라 당분간 서방 쪽으로 폭주할 가능성이 상당하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탄핵한 우크라이나 의회의 첫 조처도 당장 러시아의 우려를 자아냈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도망친 야누코비치 대통령에게 시위대에 대한 대량살인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고 24일 발표했다. 의회는 러시아어계 주민들이 다수인 지역에서 러시아어를 제2공식어로 한다는 법령을 폐기했다. 우크라이나의 반러시아 민족주의 감정이 분출해 러시아의 흑해기지의 조차 종결 등이 거론된다면, 러시아는 강경 대응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으리라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등 서방은 러시아 견제 및 달래기에 애쓰고 있다. 수전 라이스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엔비시>(NBC)의 ‘언론과 만남’에 나와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자국에) 순종적인 정부를 복원하려고 군사력을 파견한다면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이는 최후의 방어선을 그은 성격이 짙다. 라이스를 비롯한 미국 고위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러시아에 대해 미국과 서방이 거둔 냉전 시절 스타일의 승리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짚었다. 라이스 보좌관도 “우리는 러시아와의 협상에서 실용적이어야 한다”며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협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미국과 서방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우크라이나 구제금융 제공 작업에 러시아를 동참시켜 러시아의 전략적 지렛대를 어느 정도 보장하며 달래고 있다. 지난 주말 백악관은 크레믈(크렘린) 쪽과 긴밀하게 사태를 협의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한다. 러시아도 사태를 되돌리기에는 이미 선을 넘었다는 현실적 판단을 할 수밖에 없다.

푸틴 대통령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23일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 소환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등 경고를 잊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2008년 서방 쪽으로 돌아서려던 조지아를 공격해 흑해 지역에서 자국의 이권을 지키겠다는 단호함을 보인 적이 있다. 러시아의 한 분석가는 <가디언>에 “전적으로 (우크라이나) 새 정부의 행동에 달려 있다. 그들이 과도한 혁명 열기로 나아간다면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을 분리주의 감정으로 밀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새 정부가 친서방 쪽으로 폭주한다면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과 러시아의 대응이 강경해질 것이란 경고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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