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군대 보낼 필요는 없다”
크림반도 사실상 장악한 데 이어
가스값 옥죄기 등 경제 압박 시작
키예프 간 케리 미 국무, 지원 약속
미 “러와 군사·경제 협력중단” 제재
‘신중 모드’ EU, 특별 정상회의 소집
크림반도 사실상 장악한 데 이어
가스값 옥죄기 등 경제 압박 시작
키예프 간 케리 미 국무, 지원 약속
미 “러와 군사·경제 협력중단” 제재
‘신중 모드’ EU, 특별 정상회의 소집
우크라이나 남동부 크림반도를 둘러싼 ‘총성 없는 전쟁’이 한창이다. 러시아군이 크림반도를 사실상 장악한 상황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무력 사용은 최후의 수단”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 발발 이후 첫 공개발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각각 러시아에 대한 ‘제재’와 ‘대화를 통한 해결’이라는 온도차를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4일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 위기를 “헌법에 위배되는 쿠데타의 결과”로 규정하면서도 “아직 러시아 군대를 우크라이나(본토)로 보낼 필요는 없다”고 밝혔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싸울 생각이 없다. 전면전을 걱정하지 않는다”는 말과 아울러 크림반도에서 고조됐던 긴장감을 한층 누그러뜨리는 발언이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권리가 있다”며 무력 사용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어뒀다. 또 러시아의 국영 에너지기업 가스프롬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천연가스 공급가격 인하를 전격 취소하는 등 경제적 압박도 본격화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4일 러시아군이 이미 주요 교두보와 항만 등 기간시설을 접수하며 크림반도 일대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애초 알려진 것보다 2배 넘게 많은 1만6000명 규모로 확인됐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3일 소집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크림반도에 병력을 배치한 것은 (축출된)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공식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3일 “군사적 대치 국면을 풀려면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야권이 합의한 정국 이행 방안을 재가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여야는 야누코비치가 실각하기 전인 지난달 21일 독일·프랑스·폴란드의 중재로 야권이 참여하는 거국내각을 구성하고, 대선을 12월로 앞당겨 실시하는 내용을 뼈대로 타협안에 합의한 바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 수순에 들어갔다. 미 국방부는 3일 냉전 종식 이후 미국과 러시아가 진행해온 합동군사훈련과 양자 군사회담, 군항 교차방문 등을 잠정 중단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도 이날 무역과 투자 분야에서 러시아와 진행해온 양자 협의를 중단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밤늦게까지 외교·안보 참모진과 함께 사증(비자) 발급 중단 등 러시아 추가 제재 방안을 논의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반면 우크라이나에 대해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이 제시됐다. 4일 키예프에 도착한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 쪽도 분주하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는 러시아와 5일 긴급 회동해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유럽연합도 6일 이번 사태를 다루는 특별 정상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 사이에는 러시아 제재를 놓고 미묘한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3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 긴급 외무장관회의에서 영국·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은 러시아에 무역·경제 제재를 부과해야 한다는 미국의 주장을 거부했다”며 “주요 8개 나라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방안도 천연가스·원유 수입의 40%를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는 독일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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