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보고할 내용 생겨” 긍정 평가
러 “대화 도움 안되는 제안” 냉담
크림의회, 러 편입 주민투표 결정
과도정부, 나토가입 국정목표 설정
러 “대화 도움 안되는 제안” 냉담
크림의회, 러 편입 주민투표 결정
과도정부, 나토가입 국정목표 설정
지난 1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장악한 이후 처음으로 관련 당사국 외무장관 회의가 열렸지만,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해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논의를 위한 유럽연합(EU) 긴급 정상회의에 앞서,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러시아연방 편입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오는 16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맞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국정 목표’로 설정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6일 <에이피>(AP) 통신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5일 오후 프랑스 파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를 집중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케리 장관은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쪽과 직접 대화에 나서라고 라브로프 장관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크림반도를 장악한 러시아군을 일단 소속 부대로 복귀시킨 뒤 다국적 군사감시단을 현지에 파견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케리 장관은 이날 오전 영국·프랑스·독일 등 유럽연합 주요 국가 외무장관과 안드리 데시차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외무장관 등과 잇따라 개별 접촉해 사태 해결 방안을 모색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과도정부 쪽은 러시아계 주민이 많은 크림반도 지역에 지금보다 광범위한 자치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제안을 내놨다.
케리 장관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사태를 대화로 푸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계속 대화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회의를 통해 오바마 대통령한테 보고할 만한 내용이 생겼고, 라브로프 장관도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할 만한 내용이 있을 것”이라며, 6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후속 회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 쪽 반응은 싸늘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회의를 마친 뒤 “데시차 장관을 만났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게 누구냐”고 되물었다.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축출 과정을 쿠데타로 규정하는 러시아 쪽은 친서방 야권 주도로 구성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라브로프 장관은 “흑해함대 소속 러시아군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자기 부대를 지키고 있다. 크림반도를 장악한 것은 친러시아계 민병대로 이들에게 복귀 명령을 내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에서) 미국 쪽이 대화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제안만 내놨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6일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럽연합 긴급 정상회의에선 러시아에 대한 제재 방안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가디언>은 “유럽연합 쪽은 정상회의에 앞서 러시아 쪽이 상징적인 양보 조처를 내놓으리라 기대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조처를 마련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짚었다.
이날 친러시아계가 장악한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우크라이나에서 독립해 러시아연방으로 편입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 동의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의원 86명 가운데 78명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그리고리 이오페 자치의원의 말을 따 “크림자치공화국의 러시아 편입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16일 실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과도정부가 나토 가입을 국가 전략 목표로 명시한 ‘국가안보법’ 개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긴장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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