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국 이해 달라 의견통일 어려워
러 정치인·군인 등 21명 제재 결정
러 정치인·군인 등 21명 제재 결정
크림반도의 러시아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으나, 유럽연합은 여전히 경제 제재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로이터> 통신은 17일 유럽연합이 러시아와 크림자치공화국 인사 21명에 대해 자산 동결과 여행 금지 등의 제재를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이러한 결정을 내리고, 20일 열리는 다음 회의에서는 더 강화된 제재를 결정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유럽연합의 제재 대상은 러시아의 정치인 10명과 군 3명, 8명의 크림자치공화국 인사 등이다. 이들 제재 대상자 명단은 유럽연합 관보에 게재되는 즉시 효력을 발생한다. 그러나 <로이터>는 경제 제재의 위협이 투자자들이 불안해하는 것 외엔 아직 크림과 러시아에선 별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유럽연합이 추가 제재 가능성을 압박하면서도 결정적인 조처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는 28개 회원국이 서로 이해관계가 달라 통일된 목소리를 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스·키프로스·이탈리아·스페인·포르투갈 등 혹독한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들은 러시아에 대한 즉각적인 제재를 주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서구와 러시아가 맞설 경우 러시아에 먼저 불똥이 튈 것으로 보고 있다. 유럽연합의 대러시아 수출은 유럽연합 총생산의 1%에 불과한데, 러시아는 자국 총생산의 15%를 유럽에 수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재무장관을 지내고 현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제 고문인 알렉세이 쿠드린은 제한된 경제 제재로도 러시아의 국내외 투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고 올해 러시아 경제 성장률이 0%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들어 러시아 주식 시장이 20% 폭락했고, 러시아 투자은행인 르네상스 캐피털은 올 1~3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 가운데 550억달러가 빠져나갈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보다는 덜하겠지만, 유럽도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러시아에서 6000여개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독일이 가장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시엔엔>(CNN)은 크림반도의 위기가 우크라이나의 다른 지역으로 번지지 않더라도, 이번 사태가 독일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0.1~0.2% 떨어뜨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유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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