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 노동자의 딸 이달고 부시장
‘서민 공약’ 내세워 ‘정치 거물’ 꺾어
‘서민 공약’ 내세워 ‘정치 거물’ 꺾어
30일 프랑스 지방선거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집권 사회당한테 유일한 위안거리는 안 이달고(54·(사진) 파리 시장 당선자다. 파리 부시장을 맡아온 그는 이날 대중운동연합(UMP)의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40) 전 교통환경장관을 누르고 시장에 당선됐다. 1871년 ‘파리 코뮌’ 붕괴로 폐지된 파리 시장직이 1977년 부활한 뒤 임기 6년의 파리 시장에 여성이 당선된 것은 처음이다. 이달고는 당선 연설에서 “제가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이라며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인식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스페인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나 두살 때 프랑스로 이주해 리옹의 작은 공공 임대주택에서 살았던 서민층의 딸이다. 반면, 그와 맞섰던 코쉬스코는 할아버지가 주미대사를 지냈고, 아버지는 파리 근교 세브르의 시장을 역임한 정치 명문가 출신이다.
이달고는 베르트랑 들라노에 현 파리 시장이 2001년 시장에 당선된 뒤부터 13년 동안 파리 부시장으로 일해 왔다. 이날 승리도 들라노에 시장의 인기에 힘입은 바 크다. 이달고는 전기 오토바이 대여 제도인 ‘스쿠트리브’(Scootlib) 신설, 공공주택·유치원 건설 등 서민층을 겨냥한 공약을 내놓으면서 좌파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시켰다.
파리 시장직은 ‘대권’을 향한 디딤돌로 여겨질 정도로 정치적 무게감이 있는 자리다.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도 18년 동안의 파리 시장 업적을 발판으로 삼아 1995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달고는 지난해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파리 시장은 최고의 선출직”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황상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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