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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터키 집권당 지방선거 압승 에르도안, 8월 대선 ‘파란불’

등록 2014-03-31 20:22수정 2014-03-31 21:32

유혈 진압·부패 추문에도 45% 득표
이스탄불·앙카라 등 도시도 여당 석권
5년전 비해 득표율 되레 높아져

에르도안, ‘신임투표’ 통과 믿고
권위주의 행태 강화할 우려 커져
“유권자, 혼란보다 안정 택한 듯”
잇따른 부패 추문에 휘말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사실상 ‘신임 투표’로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이 압승을 거뒀다. 오는 8월 대선을 앞두고 최악의 정치적 위기로 내몰렸던 에르도안 총리는 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31일 현지 일간 <휘리예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30일 치러진 터키 지방선거 개표 결과 정의개발당은 전국 득표율에서 약 46%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1야당인 공화인민당(CHP)은 약 28%의 득표율을 올렸다. 터키 선거관리위원회는 이번 선거의 잠정 투표율이 약 92%로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개표 결과를 구체적으로 보면, 정의개발당은 ‘아나톨리아’로 불리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중심으로 아시아 대륙 쪽에 위치한 터키 중·동부 일대를 휩쓸었다. <휘리예트>는 “코니아 등 중부지역과 에르주룸 등 동부 일대에서 정의개발당은 50%가 넘는 득표율로 야권을 압도했다. 또 에르도안 총리의 고향인 리제 등 흑해 연안 지역에서도 집권당의 강세가 이어졌다”고 전했다.

최대 도시인 이스탄불 시장 선거에선 정의개발당 후보가 개표 초반부터 공화인민당 후보를 앞서 나가면서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막판까지 여야가 치열한 접전을 펼쳤던 수도 앙카라에서도 정의개발당 후보가 박빙의 승리를 거두자, 야권은 재검표를 요구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 등은 “정의개발당은 전국 81개 지역 가운데 75개 지역에서 2009년 지방선거 때에 견줘 득표율을 높였다”고 전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지난해 5월 이스탄불의 게지공원 재개발사업 반대 시위를 유혈진압한 뒤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어 지난해 말부터 집권당 최고위층 인사들이 잇따라 부패 추문에 휩싸이면서 2003년 3월 집권 이래 최악의 정치 위기로 내몰렸다. 특히 지난 2월엔 에르도안 총리와 아들이 10억달러에 이르는 불법자금을 감추려고 의논하는 대화를 녹음한 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절정에 이르렀다.

이런 내용이 인터넷을 타고 빠르게 확산되자, 에르도안 총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트위터와 유튜브 등 대표적인 소셜미디어 사이트를 차단하는 극약처방을 해 비난여론을 키웠다. 야권이 이번 선거를 지난 12년여에 이르는 에르도안 총리 집권 기간에 대한 신임투표로 몰아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럼에도 집권당이 압승을 거둔 것은 무엇보다 위기에 빠진 에르도안 총리를 구하기 위해 주요 지지기반인 이슬람주의 진영과 노동자층의 표가 결집한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정의개발당은 앞선 2009년 지방선거 때(38.8%)보다 전국 득표율이 약 7%포인트나 높아졌다. 선거를 코앞에 둔 지난 23일 영공을 침범한 시리아 전투기를 격추한 뒤 ‘힘 있는 터키’를 강조한 에르도안 총리의 선거전략도 표심을 모으는 데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에이피>(AP) 통신은 영국 왕립국제관계연구소(채텀하우스) 파디 하쿠라 연구원의 말을 따 “이번 선거 결과는 터키 국민들이 정치적 혼란보다는 안정을 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유권자들이 집권당의 경제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만족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짚었다. 지방선거 압승으로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에르도안 총리는 오는 8월10일로 예정된 대선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로 터키 정국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집권세력의 부패 의혹에 대한 검찰 등의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다, 에르도안 총리도 야권에 대한 ‘보복’에 나설 뜻을 내비친 탓이다. 에르도안 총리는 앙카라의 집권당사 앞에서 ‘선거 승리’를 선언하며 “거짓말쟁이들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이터>는 “선거 승리로 에르도안 총리가 권위주의적 행태를 더욱 강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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