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서 9천파운드로 오른 동안
대학 지원 교육재정 외려 줄어
대학 지원 교육재정 외려 줄어
현재 대학에 다니는 영국 젊은이 절대 다수가 50대까지 학자금 대출을 갚게 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환연한(상환 개시일로부터 30년)까지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해, 나머지 금액은 탕감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민간연구단체 재정연구소(IFS)와 워릭대학교 연구진은 10일 공동으로 펴낸 54쪽 분량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하고, “등록금 제도와 학자금 대출제도, 교육재정 지원 문제 등 대학교육 전반에 대한 정책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보고서 내용을 종합하면, 1997년까지만 해도 무상이던 영국 대학 등록금을 이듬해 연간 1000파운드를 상한선으로 유상으로 전환됐다. 이어 2009년엔 3225파운드, 2012년엔 다시 9000파운드까지 상한선이 빠르게 높아졌다. 같은 기간 정부가 대학에 직접 지원하는 교육예산이 큰 폭으로 줄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상한선까지 등록금을 올렸다.
보고서는 “2012년 등록금이 큰 폭으로 오르면서 대학생이 졸업 때까지 받게 될 평균 학자금 대출 총액도 기존의 2배에 가까운 4만4000파운드(약 7650만원)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현 영국의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제도는 대학 졸업 뒤 연간 소득이 2만1000파운드가 넘는 시점에 대출금 상환을 시작하도록 돼 있다.
등록금 상한선 인상과 함께 학자금 대출에도 연 3%의 이자율이 적용되기 시작한 것도 부담을 키웠다. 이전까지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은 원금에 물가상승률만 반영했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평균 수준의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졸자가 상환연한까지 실제 갚아야 할 총액은 2014년 물가를 기준으로 6만6897파운드(약 1억1700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졸업 뒤 평균적인 임금 수준의 직장을 얻었다고 가정하면, 현재의 물가로 따져 40살엔 3만9000파운드, 50살엔 3만2000파운드의 대출금이 남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보고서는 이어 “이런 상황을 교사의 평균 임금을 놓고 따져 보면, 50대 초반까지 대출원금과 이자를 합해 연간 1700파운드~2500파운드를 갚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시기는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고, 주택담보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등 경제적으로 가장 압박이 심한 연령대”라고 지적했다.
클레어 크로포드 워윅대 연구원은 <인디펜던트>와 한 인터뷰에서 “학자금 대출자 가운데 73%는 50대 들어서도 여전히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상환연한까지 대출금을 모두 갚지 못해, 결국 정부가 남은 대출금을 탕감해줄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눈여겨 볼 대목은 또 있다. 영국통계청(ONS)의 최신 자료를 보면, 영국인의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0.8살, 여성 28.9살이다. 산술적으로 따져, 적령기에 결혼한 젊은이가 50대가 되면 자녀가 대학에 들어가게 된다. 부모가 대출금을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그 자녀가 학자금 대출을 시작하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너 라이언 서튼트러스트 연구실장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등록금 상한제와 학자금 대출제도를 비롯한 교육재정 정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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