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가정용품 체인점, 히틀러 얼굴 새겨진 머그컵 판매
중국 제조사의 실수인가, 소비자 사과 후 남은 컵 폐기
나치 상징물 생산은 불법인 독일, 검찰 통해 수사 착수
중국 제조사의 실수인가, 소비자 사과 후 남은 컵 폐기
나치 상징물 생산은 불법인 독일, 검찰 통해 수사 착수
[지구촌 화제]
독일 헤르포드에 사는 아그네스 티는 최근 한 독일 가정용품 체인점에서 머그컵을 하나 샀다. 집으로 돌아와 장미꽃 그림과 장미에 관한 문구로 장식된 빈티지풍의 머그컵을 살펴보던 그는 이상한 점을 하나 발견했다. 컵 위쪽 장미꽃 그림과 글자 사이로 우표 모양의 희미한 이미지가 비쳤는데, 거기 그려진 사람 얼굴이 아돌프 히틀러의 옆모습과 꼭 닮아 보였던 것이다.
그는 혹시나 잘못 본 건 아닐까 의심스러웠지만, 이 컵을 들고 지역 신문사를 찾았다. 독일에서 나치 상징물을 생산하는 것은 불법이다.
언론 보도로 히틀러 얼굴이 찍힌 컵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이미 팔려나간 컵들이 다시 반환되기 시작했다. 이 체인점은 중국 공장에 5000개의 머그컵을 주문해 175개를 팔았고, 이 가운데 16개가 되돌아왔다고 11일 밝혔다. 애초 1.99유로에 팔린 이 컵을 반환하면 업체는 20유로짜리 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업체 쪽은 “사업 시작 75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중국 공장에 주문이 잘못 들어간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한 임원은 “포장을 풀고 진열하는 과정에서 아무도 히틀러의 얼굴이 컵에 그려진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제조사가 실수에 대해 사과했고, 우리도 이 엄청난 실수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사과했다. 또 남은 컵은 모두 폐기했다”고 덧붙였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체인점 쪽 해명에도 불구하고, 독일 도르트문트 검찰은 즉각 나치 상징물 전시와 관련한 수사에 착수했다. 체인점 쪽은 “수수께기를 풀려는 검찰의 노력을 돕고 있다. 중국 제조사와 컵의 디자인을 맡은 회사에 관련 문의를 보냈다”고 말했다. 독일 현대사박물관 대변인 피터 호프만은 “머그컵 소동 이면의 이야기는 무척 흥미롭지만, 아직은 그게 못된 장난인지 아니면 무지의 산물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사진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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