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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북아일랜드 유력당수 ‘42년전 살인’ 지시혐의 체포

등록 2014-05-01 19:54수정 2014-05-01 22:35

전 아일랜드공화국군 지휘관
영국 정보원 의심 ‘매콘빌 살해’ 의혹
42년간 봉인됐던 살인의 진실이 밝혀질까.

영국 북아일랜드의 유력 정당인 ‘신페인’의 게리 애덤스(65·사진) 당 대표가 30일 살인을 지시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1972년 아일랜드공화국군(IRA·이하 공화국군) 지휘관이었던 애덤스 대표가 당시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 살며 열 명의 아이를 둔 진 맥콘빌(당시 38) 살해와 암매장을 지시했는지를 추궁하고 있다. 애덤스 대표는 그동안 경찰과의 협의를 거쳐 이날 경찰서에 자진출석한 뒤 체포됐다.

맥콘빌 사건은 공화국군의 주요 과거사 범죄로 꼽힌다. 맥콘빌은 72년 크리스마스 직전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무장괴한들에 납치됐다. 당시 공화국군은 맥콘빌을 영국 경찰의 정보원으로 지목해 살해한 뒤 바닷가에 암매장했다.

공화국군은 1999년에야 맥콘빌 등 9명의 경찰 협력자를 살해했다고 인정했지만, 살해에 가담한 인물 등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공화국군은 암매장 장소로 한 바닷가를 지목했다. 어머니 실종 뒤 서로 다른 양부모 밑으로 흩어져 자란 맥콘빌의 자녀들이 번갈아 55㎞의 해안을 뒤졌지만, 주검은 찾지 못했다. 주검은 2003년 산책하던 사람에게 우연히 발견됐다. 북아일랜드 경찰 옴브즈만은 2006년 관련 조사 뒤 “맥콘빌은 경찰 정보원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미궁에 빠질 뻔했던 사건의 단서는 미국에서 나왔다. 미국 보스턴칼리지는 사망 뒤 공개를 조건으로 공화국군 일부의 구술 기록을 남기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여기서 맥콘빌 납치 실행팀을 이끌었던 브렌던 휴스가 “맥콘빌의 처형을 명령한 건 애덤스”라고 말한 내용이 2010년 언론에 공개됐다. 또 같은 실행팀 요원이던 돌러스 프라이스도 지난해 숨지기 직전 비슷한 내용을 언론에 털어놨다. 그는 “맥콘빌의 머리 뒤에 총을 쏘라는 지시를 받았다. 당시 살해 모의 회의에 휴스와 애덤스, 또 다른 공화국군 지휘관인 아이보 벨 등이 참여했다”고 증언했다. 북아일랜드 경찰은 이후 미국에서의 법정소송을 통해 구술 테이프를 확보했고, 지난 3월 벨을 체포해 기소했다.

애덤스 대표는 체포 직전 성명에서 “맥콘빌 사건은 통탄할 범죄지만, 내가 받는 혐의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일부에선 5월 말 유럽연합(EU) 의회 선거를 앞두고 애덤스가 체포된 시점에 의문을 제기한다. 현재 신페인당은 북아일랜드의 제1당이자, 아일랜드의 제2야당이다. 1998년 공화국군과 영국의 평화협정 뒤 잠잠해진 북아일랜드 폭력사태를 촉발하는 계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또 이 평화협정에 따라 애덤스 대표는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조기 가석방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맥콘빌의 가족들은 경찰 조처를 환영했다. 사건 당시 11살이던 아들 마이클은 “어머니를 위한 정의가 실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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