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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온라인 ‘잊혀질 권리’ 인정 첫판결…‘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도

등록 2014-05-14 20:12

유럽사법재판소, 구글 패소 판결
“공익성 없을땐 개인정보 삭제해야”
프라이버시 옹호 쪽 환영 입장에
“사적 검열 문 열렸다” 반발도
스페인의 변호사 마리오 코스테야 곤잘레스는 2009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에 자신의 이름을 입력하고 검색하다가 10년도 넘은 불쾌한 개인정보를 발견했다. 1998년에 자신의 부채와 관련해 소유 부동산을 공매 처리하라는 법원의 판결 내용이 담긴 신문기사가 검색된 것이다. 여기에는 당시 연금 연체액도 명기됐다. 그는 이 문제가 몇년 전에 해결돼 이제는 아무런 공익적 관련성이 없다며, 기사가 실린 신문인 <라반과르디아>와 구글에 관련 기사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요구는 거절당했고, 그는 스페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신문사한테는 기사 삭제 판결을 내리지 않는 대신 구글한테 그 링크를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구글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스페인고등법원은 이 사건을 유럽연합 재판소에 넘겼다.

유럽연합의 최고재판소인 유럽사법재판소는 13일 인터넷 등 웹 상에서 ‘잊혀질 권리’가 있다며, 구글은 곤잘레스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링크를 삭제하라고 판결했다. 인터넷 시대의 개막 이후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쪽과 개인 프라이버시를 옹호하는 쪽 사이의 오랜 갈등 사안인 웹 상에서의 ‘잊혀질 권리’에 대해 유력 재판소가 처음으로 공식적 판결을 내린 것이다.

법원은 사람들은 세상이 온라인 검색을 통해서 자신들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에 영향을 줄 권리가 있다며, 개인정보에 관한 본인들의 권리를 인정했다. 법원은 구글같은 검색엔진은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웹 페이지 링크를 삭제함으로써 온라인 사용자들이 잊혀지도록 허용해야만 한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를 옹호하던 쪽은 역사적인 판결이라고 환영했으나,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고, 힘있는 쪽들이 자신들에 불리한 공공적 성격의 기록들을 삭제할 가능성을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구글 등 정보기술업체들은 판결에 강력히 반발할 조짐이다. 자신들의 검색엔진에 담길 콘텐츠를 제한할 뿐만 아니라 유사한 요구들을 수용하면 검색기능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은 판결이 실망스럽다는 성명을 냈고, 구글 등이 회원인 컴퓨터통신산업협회는 “유럽에서 대규모 사적 검열의 문을 열었다”고 비난했다.

유럽사법재판소의 이번 판결은 그 자체로는 구체적이고 새로운 법집행 효과가 없으나, 유럽연합 역내에서 법적 선례가 된다. 법원은 유럽연합 국가들이 충분한 공익적 이해가 없다면 검색엔진 업체들에게 해당 정보 삭제를 강제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잊혀질 권리’는 개인에게 명예와 평판을 보호하기 위해 결투까지도 허용한 19세기 프랑스와 독일의 법 문화에서 나왔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런 법 문화가 낯선데다, 표현의 자유를 명시한 수정헌법 1조와 충돌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있다. 개인정보 축적 등을 비판해온 런던의 시민단체 빅브라더워치도 “잊혀질 권리가 있다는 원칙은 평가할만한 것이나, 이것이 역사를 다시 쓰는데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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