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과반실패 분석·전망
18일 치러진 독일 총선에서 야당인 기민-기사 연합이 집권 사민당에 승리했지만, 차이가 1% 포인트에 그친데다 정부 구성에 필요한 과반 의석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돼 정국 불안이 우려되고 있다. 집권 슈뢰더총리 넉달만에 20%격차 좁혀
제5당 밀려 색바랜 녹색당 정체성 새과제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불안정국 면치못할 것” “불안한 정국”=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조기 총선을 선언한 지난 5월 야당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 후보는 20% 정도 앞섰으나, 선거 직전까지 7% 포인트까지 쫓겼고, 선거결과 1%의 승리를 거두는 데 그쳤다. 잇단 지방선거 패배로 상원에서 다수당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은퇴가 기정사실화되던 사민당의 슈뢰더 총리는 조기총선이라는 도박을 통해 2002년 선거 때와 같은 역전에는 실패했지만 아직 재집권의 가능성까지 남아 있다. 일부에선 “정치적 승리자”라는 섣부른 평을 하고 있다. 슈뢰더 총리가 선전한 요인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메르켈 후보가 독일 사회를 지탱해주던 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고 빈곤층을 희생해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려고 하고 있다는 슈뢰더 총리의 경고가 유권자들에게 먹혀든 탓이라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어디까지 허용해야 할지에 대해 양쪽으로 갈라진 독일의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선거결과를 분석했다. 함부르크에 있는 HWWA경제연구소 토마스 슈트라우브하르 소장은 “독일은 새 정부의 구성이 험난할 것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어떤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불안정한 상태를 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위르겐 투만 독일산업연합 회장은 “정부가 개혁을 하기가 아주 어려워졌다”며 강한 실망감을 표시했다. 좌우 어느 쪽을 지지했든 일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어느 쪽이 이기던 명확한 결과를 원했다”며 선거결과가 박빙으로 나온 데 대해 불안감을 내비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자민당 상승, 녹색당 추락=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좌파연합은 지지율을 큰 폭을 끌어올리면서 내각책임제인 독일 정치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게 됐다. 자민당은 1998년과 2002년 총선에서 녹색당에 뒤져 제4당으로 물러나면서 연정 파트너의 자리도 내주어야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로 보수정당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으며, 사민당과 기민-기사 연합의 의석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연정협상에서의 위치가 더욱 유리해졌다. 자민당은 세금을 감면하고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단순한 구호로 유권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사민당을 탈당한 오스카 라퐁텐이 만든 좌파당과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사당 연합도 사민당의 연정 파트너인 녹색당을 제치고 제4당으로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원내진출 5% 조항에 걸려 비례대표 의석을 받지 못하는 바람에 2002년 선거에서 지역구 의원 2명으로 쪼그라들었던 민사당은 좌파당의 도움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1980년 창당해 2002년 총선에서 8.6%라는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지난 7년간 제3당의 위치를 고수하면서 ‘적-녹 연정’을 이끌어 왔던 녹색당은 지지율은 0.5% 내려가는데 그쳤지만 제5당으로 밀려났다. 연정 협상에서 파트너가 아닌 제3당으로 참여해야 하고, 유권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정체성을 새로이 확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학준 기자, 외신종합 kimh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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