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마리우폴에서 28일 열린 집회에서 한 어린이가 우크라이나 국기를 들고 서 있다. 이날 수천명의 시민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철군할 것을 요구했다. 마리우폴/AFP 연합뉴스
러 “휴가병들의 자발적 활동”
개입 부인하며 반군 지원해
나토, 위성사진 공개하며 비난
우크라, 징병제 재도입 결정
개입 부인하며 반군 지원해
나토, 위성사진 공개하며 비난
우크라, 징병제 재도입 결정
러시아 정규군이 우크라이나의 친러 반군을 지원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위성사진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미국·유럽연합(EU) 쪽의 거센 비판에도, 러시아 쪽은 직접적인 군사개입을 여전히 부인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실체가 모호한 ‘그림자 전쟁’이 한창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28일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 영토 안에서 이동하는 장면을 담은 위성사진을 공개했다. 나토 쪽이 공개한 지난 21일치 사진을 보면, 전차와 트럭 등에 나눠 탄 러시아군 행렬이 우크라이나 동부 크라스노돈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어 23일 촬영한 사진은 크라스노돈에서 러시아군 전차가 우크라이나 정부군에 맞서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나토는 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맞서고 있는 친러 반군 지원을 위해 적어도 1000명 가량의 러시아군이 국경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며 “친러 반군이 정부군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한 최근 2주 새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 수위가 큰 폭으로 높아졌으며, 국경을 넘은 러시아군이 반군과 함께 정부군에 맞서 전투에 가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28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터키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하고, 비상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했다. 그는 “중화기로 무장한 러시아 정규군이 국경을 넘어왔다. 상황히 매우 엄중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해 폐지했던 징병제를 재도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전날 국경을 넘어온 러시아군은 반군과 합세해 동남부 국경지역의 아조프 해 인근 도시 노보아좁스크를 장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타임스>는 우크라이나 군 대변인의 말을 따 “탱크와 장갑차로 무장한 러시아군에 맞서던 (정부군) 병사들이 압도적 화력에 밀려 철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쪽은 군 병력 투입 사실을 여전히 부인하면서도, “일부 휴가병이 자발적으로 국경을 넘어가, 러시아계 주민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일종의 ‘의용군’ 참전이라는 주장이다. 반군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의 알렉산드르 자하르첸코 총리는 “(러시아군) 현역으로 복무 중인 ‘형제들’이 해변에서 휴가를 즐기는 대신, 우리와 함께 자유를 위한 싸움에 나섰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9일 크레믈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반군 쪽에 “정부군 병사들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도록 ‘인도적 통로’를 열어주기 바란다”며 여유를 부렸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전했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8일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루기 위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서맨사 파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법 질서를 어기고, 자제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요구에 전혀 귀 기울이지 않으면서 노골적인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비밀리에 병력을 들여보낸 러시아의 ‘그림자 전술’ 앞에 미국은 제재 강화를 외칠 뿐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한 뒤 백악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9월4일~5일 영국 웨일스에서 열리는) 나토 회원국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디언>은 “오바마 대통령은 한편으로 러시아를 강력 비판하면서도, 러시아의 군사개입을 ‘침공’으로는 규정하지는 않았다”며 “러시아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미국과 나토의) 군사적 개입 가능성도 아예 배제했다”고 전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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