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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스코틀랜드 18일 운명의 날…‘예스’ ‘노’ 휘날리는 도심

등록 2014-09-17 21:13수정 2014-09-18 00:46

18일(현지시각) 치러질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16일 에든버러 시내 같은 아파트의 위·아래층 창문에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예스’와 반대하는 ‘노’ 표시가 붙어 있다. 에든버러/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치러질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16일 에든버러 시내 같은 아파트의 위·아래층 창문에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예스’와 반대하는 ‘노’ 표시가 붙어 있다. 에든버러/AP 연합뉴스
분리독립 투표, 에든버러를 가다

찬성파도 반대파도 “예측 불가”
“작지만 잘사는 나라 될 것”
“국가신용 추락·예산부담 늘 것”
직장인들이 퇴근한 16일 저녁 6시(현지시각).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중심가인 로열마일의 한편에 ‘예스’(yes) 배지를 달거나 ‘예스’가 쓰인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 20여명이 모였다. ‘예스’는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찬성한다는 뜻이다.

이들은 ‘예스’ 캠페인본부 관계자로부터 서류를 전해 받고 주택가로 발길을 재촉했다. 기자가 동행한 이언 앨런(46)도 한 손에는 선거인명부를 들고, 한 손에는 분리독립 지지 내용이 담긴 유인물을 들었다. 집집마다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예스’ 펼침막을 내건 집은 그냥 지나쳤다. 그는 “아직 의사를 정하지 않은 사람이 목표다. 부동표를 확인해 재방문하거나 전화로 투표를 독려하는 동시에 예스를 찍도록 권유한다”고 말했다.

문을 두드리면 돌아오는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상당수는 “이미 예스에 투표를 했다”거나 “아직 투표를 하지 않았지만 예스를 찍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아예 문을 열어주지 않거나 “아직 의사를 정하지 않았다”는 대답도 많았다. 스코틀랜드에선 미리 우편으로 신청하면 투표일보다 먼저 투표를 할 수 있다.

18일은 307년 동안 한 나라로 살아온 영국으로부터 독립할지를 투표로 결정하는 운명의 날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찬성과 반대가 너무 팽팽해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에든버러 공항에서 만난 스티븐(53)은 “결과를 알 수 없다. 그야말로 안갯속이다”라고 말했다.

분리독립을 지지하는 이유는 조금씩 달랐다. 국립미술관 앞에서 딸과 함께 바닥에 ‘예스’를 그리던 엘스패스 톰슨(34)은 “우리 예산으로 더 친환경적인 정책을 만들고 농업보조금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밝히면서, “영국이 저지른 이라크 침공 같은 나쁜 짓에도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윤리적 이유’도 강조했다. 또 다른 지지자는 “그동안 웨스트민스터(영국 국회의사당)에서 우리의 정책을 결정했다. 이제는 우리를 대표할 사람을 스스로 뽑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노동자 닐(55)은 “스코틀랜드 인구는 500만명이고 잉글랜드는 6000만명이다. 우리끼리 예산을 나눠 쓰면 노르웨이처럼 작지만 잘사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분리독립 진영은 활발하게 움직이지만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집이나 전주 등에 붙은 ‘노’(No) 또는 ‘노 생크스’(No Thanks) 등의 스티커가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다. 밤늦게 ‘펍’(pub)에서 만난 사회복지사 매브(53)는 독립 반대를 주장하며 그 이유로 경제를 꼽았다. 그는 “독립으로 이득을 얻는 것은 정치인과 국수주의자들밖에 없다. 이미 국가신용도가 떨어지고 있고 독립되면 더할 것이다. 거기에 새로 화폐를 만들고 군대를 창설하는 등 돈이 들어갈 일이 많다. 대신 나라는 불안정해져서 많은 기업이 남쪽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했다.

지지와 반대 의견 속에 공통되게 자리잡은 것은 북해유전이다. 독립 지지자들은 스코틀랜드 앞바다의 북해유전에서 생산되는 석유 수입으로 생활이 더 나아질 수 있다고 하고, 반면 독립 반대론자들은 그 돈으로도 독립에 따른 혼란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분리독립 찬반은 세대를 가르고 가족을 갈랐다. 에든버러에서 나고 자란 머린(73)은 “아들이 둘 있는데 나와 작은아들은 찬성, 큰아들은 반대를 한다. 50대인 큰아들은 투표 얘기를 할 때면 ‘절대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얘기를 아예 못 꺼내게 하고, 작은아들은 예스 캠페인 본부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든버러대학 학생 폴(20)과 프레이저(20), 에런(22) 사이에도 의견이 갈렸다. 글래스고 출신인 폴은 이미 찬성 투표를 했다. 그는 “그동안 정치적 의사결정에서는 물론 경제적으로도 불공평했다. 분리독립이 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것 같아 찬성을 찍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방을 쓰는 친구 에런은 “스코틀랜드는 그래도 잉글랜드에 비해 무상의료 등 복지가 좋은 상황인데 그 폭을 유지하거나 늘리려면 증세를 할 수밖에 없어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이날 에든버러 성에는 ‘예스’ 펼침막이 내걸렸고, 도심에 있는 웰링턴 장군상에는 빨간 고깔에 ‘예스’ 띠를 두른 모자가 씌워졌다. 외부인이 느끼기에는 ‘예스’가 훨씬 큰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하지만 ‘예스’ 진영도 결과를 장담하지 못한다. ‘예스’ 캠페인 관계자는 “우편투표를 신청한 사람 가운데 실제로 투표한 사람이 90%가 넘는다. 18일 투표장에서 유권자 가운데 80%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년의 평균 투표율 40~50%의 갑절에 가까운데다 초박빙이어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에든버러/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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