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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북해유전 품은 스코틀랜드 독립, 영국 경제 ‘파탄’ 부를까?

등록 2014-09-18 21:05수정 2014-09-19 08:55

18일(현지시각) 치러질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16일 에든버러 시내 같은 아파트의 위·아래층 창문에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예스’와 반대하는 ‘노’ 표시가 붙어 있다. 에든버러/AP 연합뉴스
18일(현지시각) 치러질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이틀 앞둔 16일 에든버러 시내 같은 아파트의 위·아래층 창문에 분리독립을 찬성하는 ‘예스’와 반대하는 ‘노’ 표시가 붙어 있다. 에든버러/AP 연합뉴스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 알아야 할 5가지’-시사편
스코틀랜드는 307년만에, 분리 독립할까? 분리 독립 하든 안하든 18일(현지시간)에 이뤄질 주민투표는 유럽 전역은 물론 세계 정세에 영향을 줄 것이다. 스코틀랜드 국내 정치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스코틀랜드 국내외 정치, 경제적으로 이번 투표는 어떤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그 시사적 물결을 따라가보자.

1. 왜 북해유전이 중요한가

영국과 유럽대륙, 스칸디아반도로 둘러싸인 북해에서 1967년 대규모 유전이 발견된다. 매장량만 무려 30억톤으로 추정되며 천연가스도 나온다. 세계에서 9번째로 큰 유전구를 갖고 있다. 문제는 이 북해유전의 원유 생산지가 대부분 북쪽에 몰려 있어 약 90% 정도가 스코틀랜드에 귀속된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북해유전에서 생산된 에너지를 팔아 번 돈이 영국 정부 재정에 상당 부분 들어가지만 분리 독립 후엔 이를 모두 스코틀랜드가 가질 수 있다.

분리 독립을 찬성하는 이들은 이 재정을 이용해 세금은 낮추고 복지수준은 올릴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꾸고 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면 영국은 북해유전의 천연자원 상당 부분을 잃게 된다. 스코틀랜드가 현재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 하지만 유럽의 에너지 자원을 놓고 각국이 경쟁을 벌이는 만큼, 영국은 에너지 경쟁에서 지게 된다.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불발돼도 당분간 에너지 자원의 국가별 경쟁 시장에 여파가 상당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불안한 건 스코틀랜드도 마찬가지다. 산유국이라고 해서 항상 안정적인 경제상황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석유 가격 변동성에 휘둘리며 쉬우며 자원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도 무시 할 수 없다.

2. 스코틀랜드는 ‘탈핵’할 수 있을까

스코틀랜드 남서부 클라이드만에는 영국의 핵잠수함 기지가 있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영국으로부터 분리 독립한다면 이 기지는 영국 영토 내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할 운명에 처한다. 분리독립을 추진하는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2020년까지 기존의 기지를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철수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은 이전 비용만 25억∼35억 파운드를 내야한다. 우리 돈으로 약 4조2000억∼6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현실적으로 감당할 만한 수준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비용이 확보된다고 바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핵’이라는 위험기지를 옮기기 위해선 새로 자리 잡는 지역의 주민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다. 핵물질의 위험성을 알고 있는 영국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은 그리 쉽지 않아 2020년까지 추진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어찌 됐든, 이번 주민 투표로 영국 국민들은 핵 기지를 어디론가 이동시켜야 할지 모를 불안에 놓였고, 스코틀랜드는 드디어 영국의 핵 기지에서 벗어날지 모른다는 희망이 생겼다.

3. 독립하면 파운드화 쓸 수 있나

현재 영국은 유로존에 속해있지만 유로화를 쓰지 않는다. 여기엔 과거 대영제국의 역사와 자부심, 파운드화라는 자국 통화에 대한 프라이드가 숨어있다. 실제 유로화가 도입되던 초반에 파운드화가 유로화보다 더 강세이기도 했다. 그렇게 영국인들은 파운드화를 유지했다. 스코틀랜드는 현재는 영국과의 화폐동맹으로 파운드화를 사용한다. 그러나 분리 독립 후에도 영국과 화폐 동맹을 유지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영국으로서는 양날의 검이다. 독립 후 스코틀랜드와의 화폐 동맹이 깨진다면 파운드화를 쓰는 인구가 줄면서 영국의 파운드화의 통화시장 입지도 함께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영국으로선 분리 독립된 스코틀랜드의 나라빚을 갚을 의무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홀가분 한 처지가 될 수도 있다. 영국 정부는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유럽연합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파운드화조차 쓰지 못할 것이므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자치정부는 독립하면 재정 안정성이 높아질 것이라 말하며 주요 7개국 부자나라 대열에 낄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4. 스카치 위스키는 얼마가 되나

스코틀랜드에서 제조되는 위스키, 스카치(Scotch whisky)는 곡식을 발효시킨 뒤 다시 증류해 만든다. 이 스카치 위스키는 동양의 증류기술이 중세 십자군 전쟁을 통해 된 후 아일랜드를 거쳐 스코틀랜드에 전파됐다고 알려진다. 십자군 전쟁시 가톨릭 수사들에 의해 그 비법이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이 스카치 위스키를 사먹으려면 원래 수입관세가 20%로 높았다. 하지만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이 발효 된 뒤 관세가 15%로 떨어졌고, 이후 계속 5% 포인트씩 낮아져 올 7월부터 관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만약 스코틀랜드가 분리 독립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FTA 효과로 낮아진 관세 혜택을 보지 못하고 다시 원상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 스카치 위스키 업계의 큰 손인 한국 고객들은 다시 20%의 관세가 부과된 비싼 위스키를 먹어야 할 것이다.

5. 남든 독립하든 스코틀랜드 내 찬반 갈등, 아물 수 있나

이번 주민투표 실시로 독립하든 안 하든 스코틀랜드 안에는 이미 찬성파와 반대파가 이미 팽팽히 갈린 상황. 어느 쪽이 우세인지 모를 정도로 50대 50 팽팽하다. 주민투표가 실시 된 이후엔 어느 결과가 나오든 ‘결과를 모른다’는 불확실성은 줄겠지만, 정치 경제적으로 큰 후유증을 피하긴 어려워보인다.

독립하면 독립한 대로, 영국 내에 남으면 남는 대로 국민 통합이 가능할까. 이번 투표가 괜히 스코틀랜드 구성원 간의 갈등을 불어넣은 것은 아닐까. 분리 독립 주민 투표를 앞두고 16일 에든버러 시내를 방문한 이정훈 <한겨레> 기자는 같은 아파트에서도 찬성과 반대를 뜻하는 ‘YES’, ‘NO’ 펼침막을 가구마다 다르게 내걸고 자신의 의사표현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분리 독립을 찬성하는 측은 변화를 갈망하는 젊은층이 많고, 안정을 바라는 중장년층은 반대여론이 많아 세대간 갈등 양상으로까지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다. 한번 멀어진 찬반 양론은 언제든 불씨가 되어 스코틀랜드의 미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미향기자aroma@hani.co.kr

▷ 관련 기사 : 스코틀랜드 독립 투표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역사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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