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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시민들 안도-실망 교차…유럽 금융시장은 ‘화색’

등록 2014-09-19 21:14수정 2014-09-19 22:57

19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한 호텔에서 독립 반대 진영 주민들이 분리독립이 부결됐다는 주민투표 결과를 듣고 환호하고 있다.  글래스고/AP 연합뉴스
19일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의 한 호텔에서 독립 반대 진영 주민들이 분리독립이 부결됐다는 주민투표 결과를 듣고 환호하고 있다. 글래스고/AP 연합뉴스
독립 무산 파장

반대 “원하는 결과 나와 행복”
찬성쪽 실망해 거리 주저앉기도
찬반 양쪽 모두 앙금·분열 우려
증시·파운드화 큰폭 상승세
스코틀랜드 분리독립이 부결됐다는 투표 결과가 발표된 19일 아침(현지시각), 스코틀랜드 중심도시 에든버러 시내 곳곳에선 아직도 내려지지 않은 ‘예스’(Yes·독립 지지) 펼침막들이 독립을 향한 열망과 전날의 투표 열기를 대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제까지 나란히 걸렸던 ‘노’(No) 사인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승자의 배려 혹은 투표 이후 다시 단합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영된 것일까?

결과 발표를 듣고 출근길에 나선 사람들의 마음도 엇갈렸다. 분리독립을 지지했다는 데이비드 마튼(54)은 “너무 슬프다. 이번이 우리 세대에서 분리독립을 위한 마지막 투표가 될 것 같다. 한 세대는 더 지나야 이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을 것 같다”며 “이제는 영국이 스코틀랜드에 약속한 것들(자치권·예산권 확대 등)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강사인 브라이언 스미스(37)는 “독립 반대에 투표했는데 원하는 결과가 나와서 행복하고 좋다”면서도 “영국 중앙정부가 스코틀랜드에 더 많은 자치권과 권한을 주겠다는 얘기를 처음부터 했으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독립 찬반이 박빙인 상황이 되어서야 뒤늦게 양보 조처들을 하나둘 내놓아 사람들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며 영국 정부를 비판했다. 스코틀랜드를 상징하는 파란색 바탕에 흰색 엑스(X)자 모양이 그려진 깃발을 몸에 두르고 있던 독립 지지자들은 결과를 듣고 실망해 거리에 주저앉기도 했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부결된 19일 에든버러에서 독립을 지지한 주민들이 길거리에서 낙심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해 앉아 있다.  에든버러/AFP 연합뉴스
스코틀랜드의 분리독립을 묻는 주민투표가 부결된 19일 에든버러에서 독립을 지지한 주민들이 길거리에서 낙심한 표정으로 망연자실해 앉아 있다. 에든버러/AFP 연합뉴스
환호하는 이와 실망하는 이 모두 이번 투표를 거치면서 스코틀랜드인들 사이에 남은 마음의 앙금과 분열을 우려했다. 회사원 브라이언(53)은 “가슴으론 예스였지만, 머리는 노였다”며 독립을 지지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경제적 우려 등을 고려해 반대 투표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승자이고, 정치인들이 패자다. 앞으로는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의 노동자들이 더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 영국 연방 안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독립주의가 한동안 목소리를 높이기 쉽지 않을 테지만, 사람들 사이에 앙금이 남은 것이 걱정”이라고 했다. 마케팅 관련 일을 하는 레이철(26)은 “독립운동은 계속되겠지만 독립 찬반으로 나뉘어 생긴 앙금이 해결되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한 세대는 지나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사람들의 가슴마다 어제까지 달려 있던 예스 혹은 노 배지는 이제 찾아보기 힘들었다.

금융 시장에는 안도의 분위기가 번졌다. 이날 영국 통화인 파운드화 가치는 크게 올랐다. 파운드화는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이날 전날보다 0.8% 오른 1파운드당 1.6525달러까지 올랐다고 <에이피>(AP) 통신은 전했다. <로이터>는 이날 파운드화가 이달 2일 이후 가장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며, 스코틀랜드 독립 여론이 급등하면서 최근 약세를 보였던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럽의 주요 증시도 이날 큰 폭의 상승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100 지수는 전날 종가보다 0.75% 뛴 6870.41에 개장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30 지수는 0.52% 오른 상태에서,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 역시 0.60% 상승하면서 출발했다. 독립 찬성 결과가 나왔다면 영국은 국토 면적의 3분의 1, 국민의 약 10%를 잃는 큰 타격을 입게 될 상황이었으나,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이다.

에든버러/이정훈 기자, 조기원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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