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 기준 맞게 비밀계좌 공개
독재자의 은닉재산이나 조세회피 금고로 여겨졌던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가 2018년부터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스위스 정부가 “국제적 기준에 맞게 다른 나라와 은행계좌 정보를 자동적으로 교환하는 최종 협상에 곧 나서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아에프페> 통신이 8일 전했다. 통신은 “곤경에 처한 스위스 은행의 비밀주의가 마지막 치명타를 맞게 됐다”고 평가했다.
스위스 정부는 “적절한 방식으로 법적 근거를 마련해 2017년부터 스위스 금융기관들이 외국인 납세자들의 계좌정보를 수집해 다른 나라와 교환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계좌정보 공개와 관련한 법률이 통과되면, 스위스 은행 계좌에 대한 정보는 2018년부터 다른 나라의 요구에 따라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좌정보 자동교환 협상을 하고 있는 40개 나라는 2016년부터 자료를 수집해 2017년부터는 정보를 교환할 것이라고 이미 밝혔다. 스위스는 이런 나라들과 달리 1년 늦게 합류하는 셈이다. 스위스 은행들은 그동안 계좌 주인에 대한 철저한 비밀을 지키며 전 세계 자산가들의 조세회피 및 은닉 금고로 이용돼왔다. 스위스 국내법은 오래 전부터 자국 은행의 고객정보 보호를 합법화했고, 공개를 하더라도 제한적으로 해왔다.
그러나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조세당국이 자국민 탈세 추적에 나서면서 스위스 은행들은 비밀주의를 깨라는 압력을 받아왔다. 미국 정부는 5월 미국인의 조세회피를 도운 혐의로 크레디스위스 은행에 26억달러(2조6567억원)의 벌금을 물린 바 있다. 미국은 또 지난해 해외금융계좌납세협력법(FATCA)을 만들어 외국 은행들에게 미국인들의 역외 자산 정보를 제공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도 세금회피를 유인하고 있다며 스위스 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걸자, 스위스 은행은 예금자들한테 세금 문제를 정리하지 않으면 계좌를 폐쇄하겠다는 식으로 영업 방식을 바꾸고 있다.
김창금 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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