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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통일 뒤에도 ‘불신의 골’ 여전…‘통일연대세’ 짐 나눠 통합 노력

등록 2014-11-04 20:32수정 2014-11-04 21:19

베를린 장벽 붕괴 25년

동독 생활수준, 서독의 3분의 2
지역 재건위해 통일연대세 거둬
좌파당 첫 주정부 집권 눈앞
동독 정치·사회적 유산 확산
독일 통일은 성공적이었는가?

독일인들의 대답은 갈렸다. 옛 동독 주민은 75%가 “그렇다”고 답했지만, 옛 서독 주민은 48%만 통일이 성공적이라고 인정했다고 독일 일간 <아벤트 차이퉁>은 보도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하고 25년이 지났지만 마음의 골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론조사 기관 ‘엠니트’의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는 하나의 국민이라고 느끼는가”라는 물음에 옛 동독 지역은 60%, 옛 서독 지역은 55%가 “아니다”라는 부정적인 대답을 내놨다. 서독인은 불평불만이 많다며 동독인을 ‘오씨’로, 동독인은 돈만 밝히는 서독인이라며 ‘베씨’라는 속어로 서로를 부른다.

이런 배경에는 두 지역의 경제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1989년 헬무트 콜 전 총리의 동서독 1대1 화폐통합 결정이 출발이었다. 서독의 7% 수준이었던 동독 노동자의 임금이 1년만에 서독의 35%로, 그 이듬해에는 50% 수준으로 뛰었다. 동독 지역의 엄청난 임금 상승은 상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는데, 그 결과 통일 첫해 동독 산업이 거의 붕괴했다. 그로부터 25년, 독일 정부가 발표한 통일 실태 연례보고서는 동독 지역의 생활수준이 서독 지역의 3분의2 정도라고 밝혔다. 1991년 서독 지역의 33%에 그쳤던 동독 지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68% 수준으로 뛰었지만, 여전히 간격이 크다. 지난해 동독의 실업률은 10.3%로 서독의 6%보다 높았다.

그렇지만 독일은 분명히 서로 닮아가며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우선 ‘통일연대세’라는 짐을 함께 졌다. 독일은 동독 지역 지원을 위해 국민들에게 소득·법인세의 7.5%를 추가로 거둬들였고,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1998년부터는 세율이 5.5%로 줄었지만 국민이 느끼는 부담은 여전히 크다. 유류세·담배세 등 간접세를 통해서도 통일 비용을 조달해온 독일은 현재까지 약 2조유로를 동독 지역 재건에 보탰다. 해마다 약 150억유로를 들여 동독 지역에 도로를 내고 공장을 지었다. ‘통일연대세’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서독인들도 많지만 오늘날 독일을 세운 초석이다.

변화는 정치에서도 느껴진다. 독일 통일 뒤 사상 처음으로 좌파당이 튀링겐 주에서 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좌파당은 동독 공산당의 후신이다. 사민당과 녹색당의 지지가 이어질 경우 좌파당의 보도 라멜로브(58)는 주 총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동독 출신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주 총리실에 다시 카를 마르크스를 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그의 신경질적인 반응과는 달리 대부분 독일인은 담담한 반응을 보인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청산 대상이었던 동독에 대한 독일인의 시선이 실용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독인들은 인정하지 않지만, 통일 이후 많은 부분에서 옛 동독의 유산이 퍼지고 있다. 지난 월드컵에서 우승을 안긴 젊은 전차군단도 그 결과물 중 하나다. 1992년 동독 출신 축구감독 하인츠 베르너는 축구협회에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했는데, 서독 출신이 많았던 협회는 이 제안을 무시했다. 세계무대에서 독일 축구가 잇달아 참패하자 협회는 베르너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10년 대계’ 덕에 독일은 올해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동독의 여성정책도 독일에 영향을 미쳤다. 1980년대초 동독 여성들의 취업률은 90%에 달했다. 당국은 여성을 위해 특별 대학수업을 제공하고 후한 출산 휴가와 탄탄한 보육기관 서비스를 책임지며 ‘일하는 여성’들을 뒷받침했다. 오늘날도 일하는 엄마는 동쪽이 서쪽보다 많다. 2011년 통계를 보면 35~40살 여성의 취업률은 동독이 83%로 서독의 75%를 웃돌았다. 남녀간 임금 격차도 동독이 8%로, 서독의 23%에 비해 낮다. 독일의 재활용 시스템도 1960년대부터 발달했던 동독 재활용산업의 영향을 받았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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